[제주섬 어린이와 놀이공간-프롤로그] 놀이터가 달라진다
놀이터에서 지역의 공공 자원으로 의미 커져
자치단체마다 놀이터 개선·조례 제정 움직임
놀이공간을 놀이터 이상의 사회적 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자체나 아파트 시공사가 법적 기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하던 시설에서 건강과 휴식, 지역 재생과 공중 보건 등 사회 가치 실현에 도움을 줄 공공 자원으로 새로운 가치가 얹어지고 있다.
시정의 주요 가치를 시민 행복에 두는 지자체에선 놀이터 조성에 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전용 도서관을 유치했던 전남 순천시는 2015년부터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순천시는 1호 기적의 놀이터(엉뚱발뚱)를 개장하면서 국제놀이터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순천시장은 “19세기가 농경사회, 20세기가 산업화 사회라면 21세기는 행복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라며 “기적의 놀이터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에는 현재 7개의 기적의 놀이터가 들어섰다. 지형을 그대로 살리거나 자연물을 최대화하는 등 기존의 놀이터와 다른 형태의 놀이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2017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전주시는 2019년 아동 정책을 시정 핵심 방향의 하나로 설정하고 아이놀이과를 신설했다.
기존 놀이터에 대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정형화된 놀이터를 숲 물 책 예술 주제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개선했다. 놀이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놀이터 지도를 만들었다. 전주시청 앞 광장을 놀이터로 내어준 것은 시가 아동의 놀 권리에 어느 정도 애정을 기울이는 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경기도 성남시는 아동의 놀 권리를 조례로 보장했다. 조례는 획일적인 놀이터를 개선하고, 놀 권리 증진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에 경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놀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9세부터 18세까지 아동 청소년으로 아동참여단을 구성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서울과 수원, 천안, 영주, 청주, 춘천, 경주 등 많은 도시와 자치구들이 아이들이 놀이터 조성에 고심하고 있다. 공간 개선의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시민의 행복과 도시 디자인 차원에서 놀이공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교육현장의 관심도 크다. 2015년 전국 교육감은 아이들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했다.
제주에선 2020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유치원 바깥놀이장 설비 기준을 놀이와 자연 중심으로 변경하고, 실질적인 공간 개선을 위해 예산과 컨설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제주교육청은 개별 유치원이 각각의 여건과 철학에 맞춰 자유롭게 놀이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앞서 개정한 설비 기준을 더 완화할 방침이다.
교육 현장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깝다.
정부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을 유아·놀이 중심으로 개편해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기주도적인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오는 2024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초·중등 및 특수 교육과정 역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미래 인재상으로 제시하면서 초등 저학년의 경우 실외 활동 등 놀이활동 전반을 강화도록 요구하고 있다.
놀이터는 도시화와 함께 생겨났다. 오래전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나 놀았지만, 산업화로 도시가 빽빽해지고 위험 요소가 늘면서 사람들은 전용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했다.
놀이터는 시대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달라져왔다. 한국에선 한국전쟁 이후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엔 주민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형태의 놀이터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연놀이터, 모험놀이터 등의 테마 놀이터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고비용 저재미’로 특징 지어지는 놀이터에 변화를 주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과 교육 현장의 변화, 입소문난 국내외 놀이터를 찾아간다. 놀이공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놀이터의 기원과 변천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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