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친 외국인 몰렸다…관광지 아닌데 매출 1200% 뛴 백화점
코로나19 방역지침 완화로 해외에서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백화점 빅3’의 외국인 매출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여행 시즌과 강(强)달러 현상, 차별화한 콘텐트를 내세운 명소화 전략이 성공하면서 1000%대 매출 증가가 나타나기도 했다.
여의도에 있는 백화점 매출 13배 늘린 비결은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의 지난 10~11월 외국인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특히 서울 명동·강남 등 주요 관광 상권 내 점포들의 지난달 매출이 154.9%(신세계 강남점)~600%(롯데 본점) 늘었다. 코로나19 기간 중 외국인 매출이 많게는 70%까지 줄었던 기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매출이 증가세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은 이 기간에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00% 폭증했다. 유명 관광 상권이 아닌 여의도에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 10월 외국인 관광객은 47만6097명(한국관광공사)이었는데, 이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지역은 서울 중구·마포구·종로구·강남구 순이었다(법무부). 주로 명동과 홍대·신촌, 압구정 등을 찾는다는 뜻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가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덜 찾는 지역임에도 매출이 크게 증가한 건 K팝 등 문화 콘텐트 덕이 크다”고 말했다. K팝 그룹인 스트레이키즈·뉴진스·블랙핑크·에이티즈 한정판 굿즈 팝업 등을 진행하며 트렌디한 명소란 이미지가 생겨 외국인 팬덤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좋아하는 멤버의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지하 2층 입구 앞에서 줄을 서는 외국인도 생겼다. 미식을 중시하는 여행객이 늘면서 점포 내 맛집을 강화한 덕도 봤다. 지난해 영국 잡지 모노클이 이곳을 ‘최고 리테일(소매) 디자인’으로 선정한 것도 ‘힙한 곳’이란 느낌을 주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과거 다수를 차지했던 중국 관광객 대신 다른 나라 고객을 겨냥해 1층에 글로벌 컨시어지를 운영하고 통역과 면세 환급, 단체 투어 안내 등을 확대한 것도 효과가 컸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출신 국가는 미국(7만3560명), 일본(6만7159명), 태국(3만4428명), 베트남(3만2010명) 순이었다.
외국인 매출 톱 브랜드는 에르메스
외국인들의 늘어난 방문은 매출로도 이어졌다. 더현대 서울에서 외국인 매출이 가장 높았던 브랜드는 크리스챤디올, 젠틀몬스터, 프라다 순이었다. 현대백화점 전체 점포로 넓히면 외국인 매출이 높았던 톱10 브랜드는 전부 해외 명품 브랜드였다. 에르메스·루이비통·고야드가 1~3위였으며, 이어 샤넬·롤렉스·까르띠에·구찌·티파니·오데마피게·디올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 효과도 있지만 30대 이하 젊은 외국인들은 고급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겨울 시즌 상품과 연말 선물용 구매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젊은 외국인들을 겨냥해 K팝 등 차별화한 콘텐트에 다채로운 고객 경험을 연계해야 한다고 본다. 명품 브랜드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새로 떠오르는 신명품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는 등 점포별 전략을 달리할 필요도 제기된다.
당장 내년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건 악재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 방문의 해’ 등을 통해 202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수를 코로나19 이전인 1750만 명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외 항공편 증가 등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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