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금투세' 시행은 왜 2년 밀렸나

송승섭 2022. 12. 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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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 2년 뒤로
野 "세제 합리화·조세원칙 부합…시행해야"
與 "주식시장 하락세 우려…2년 유예하자"
2년 유예하고 증권거래세 인하키로 합의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투세 제도는 2025년으로 미뤄졌죠. 금투세의 쟁점은 무엇이고 도입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왜 유예가 됐는지 알려 드립니다.

대주주 아니어도 금융투자로 돈 벌면 과세대상

금융투자소득세는 말 그대로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말합니다. 추진 되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전 대통령 때입니다.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6월 25일 열린 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합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는 주식매매를 진행하면 금액에 상관없이 증권거래세(0.25%)만 냈습니다. 일종의 통행세처럼요.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이들은 소수였습니다.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원을 넘거나 지분율이 많은 대주주(코스피1%·코스닥2%)만 해당됐죠. 세율은 과표 3억원 이하가 20%, 3억원 초과분은 25%였고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금투세를 신설하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게 골자입니다. 대주주가 아니어도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소득을 얻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죠. 과세기간은 1월1일~12월31일입니다. 이 기간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깁니다. 주식의 양도차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 이상이면 25%를 과세하게 됩니다. 기타상품은 250만원이 넘으면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 25%)를 내고요.

다만 손실공제 이월기간이 5년입니다. 수익보다 손실이 컸다면 향후 5년간 공제를 계속 받을 수도 있죠. 증권거래세도 낮춥니다. 0.08%인 코스피 종목의 증권거래세는 없애고, 코스닥은 0.23%에서 최종적으로 0.1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합니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6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 aymsdream@

과세대상은 약 15만명 정도로 예측됩니다. 기획재정부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개 증권사 주식거래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결과죠. 현재 과세 대상인 1만5000명보다 10배 늘어난 규모입니다. 기타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더 늘어날 테고요. 세금 부담은 1조5000억원 늘어날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野 "세제 합리화·조세원칙 부합, 시행해야"

금투세는 처음 도입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찬반 논란이 갈리는 쟁점 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은 세제 합리화를 위해 금투세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증권거래세는 손실이 난 경우에도 내지만, 금투세는 이익을 냈을 때만 메기는 만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과 부합한다는 겁니다.

또 금투세가 시행되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미투자자들은 감세 혜택을 본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국내 상장주식의 경우 매매차익은 연간 최대 5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이뤄집니다. 주식시장에서 1년간 5000만원 넘게 벌어들이는 투자자는 주식시장이 좋을 때도 1%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개미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를 내왔으니 금투세 도입이 서민에게 더 유리하다고도 말합니다.

이밖에도 부유한 거액자산가들의 주식·채권 차익에 세금을 매길 수 있고, 증권거래세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 도입됐으며,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도 법인세와 매매차익 세금을 내니 형평성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죠.

與 "주식시장 하락세 우려…2년 유예하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32%(7.44포인트) 내린 2344.73으로 장을 시작한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강진형 기자aymsdream@

금투세 도입은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거라는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금투세 도입이 주식시장의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거죠. 국내 주식시장은 거액자산가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이들이 내는 세금이 많아지면 조세저항이 커지고 주식시장의 활기를 떨어뜨리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1989년 금투세와 비슷한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했는데 한 달 가까이 주가지수가 30% 넘게 급락하면서 1년 만에 제도를 철폐했습니다.

금투세 설계가 장기투자에 불리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통상적으로 자본시장이 발전하려면 단기적 차익을 노리는 자본보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자금이 늘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금투세는 장기투자와 단기투자를 구분하지 않죠. 단기투자로 5000만원이 넘는 차익을 내기는 매우 어렵지만, 장기투자를 할수록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금투세가 장투보다는 단투를 부추길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한편 금투세가 ‘소득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차익의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는 거죠.

與野 "2년 유예 합의,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도 금투세는 쟁점 사안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를 2년 더 제안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금융 환경과 국내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지금 상황이 너무 불안한 요소가 많다”며 “급한 게 아니면 시장의 불안을 더 가속할 것은 유예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금투세를 원래 계획처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여야 논의가 이뤄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일부 나오면서 금투세는 정부 계획대로 2년간 유예됐습니다. 다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오늘 국회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고 엉뚱하게 거래세만 낮추며 지난 십여년간 여야가 함께 추진했던 자본이득과세에 대한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고 반대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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