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글루미 크리스마스'…이브날 러 포격, 파리선 쿠르드족 시위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면서 유럽은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우크라이나를 포격했고, 프랑스 파리에선 쿠르드족을 향한 혐오 범죄로 격렬한 시위가 발발했다. 영국에선 교통 파업 사태로 어수선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도심을 무차별 포격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다쳤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에 헤르손 지역을 빼앗긴 후 기반시설 등에 대한 집요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파괴된 건물, 불타는 차량, 거리에 널브러진 시신 등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며 “군사시설이 아닌 곳에 포격한 테러다. 위협과 쾌락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또 심야 연설에선 성탄절을 축하하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기적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이날 프랑스 파리 시내에선 쿠르드족 수백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앞서 전날 69세 남성이 파리 10구 번화가에 있는 쿠르드족 문화센터와 인근 카페 등을 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해 3명이 사망한 데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였다. 용의자는 체포된 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 등에 퍼져있는 민족으로 프랑스에는 약 24만명이 있다.
경찰 당국은 용의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신문을 멈추고 정신과로 이송했다. 이에 쿠르드족 수백 명이 거리에 나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23일 평화롭게 전개되는 듯했던 시위 양상은 24일에는 달랐다. 일부 시위대는 시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자동차를 불태웠으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대응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폭력시위에 가담한 11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0여명이 다쳤다고 프랑스 BFM TV가 전했다.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연휴에 교통부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수송 차질을 빚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4일에는 철도·버스·공항 등에서 일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파업했다. 이로 인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 주요 열차 노선이 취소되거나 운행을 줄이면서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교통부문 외에 간호사, 구급대원 등 의료계 관계자도 내년 초까지 파업을 예고하면서 영국은 혼란스러운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열차 기관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해 24~25일 주말에 열차 3대 중 1대가 취소됐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다만 지난 23일 노사협상이 타결되면서 새해 연휴에는 열차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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