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NGO 활동까지 금지…美 "수백만명 큰 타격"
여성의 대학교육을 금지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이번엔 비정부기구(NGO)에서 여성의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구호 활동에 타격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는 이날 경제부 장관 명의로 구호단체 등에 보낸 서한에서 "히잡 착용을 비롯해 샤리아(이슬람 율법)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면서 "추가 통보 때까지 모든 NGO의 여성 직원 근무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단 NGO에서 일하는 외국인도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간에서 여성 관련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은 대부분 여성이 맡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한 직원은 BBC에 "만약 여성들이 일할 수 없다면 일부 비정부기구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NGO에서 받는 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의 경우는 당장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됐다.
NGO가 남성직원만 고용하면 여성들이 인도주의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BBC는 탈레반 규정에서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시기(1996년~2001년)였던 1997년에도 모든 남성 의사에게 여성 진료를 금지하고, 여성들은 여성 전용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게 했다.
인도주의 단체 케어인터내셔널의 멜리사 코넷은 BBC에 "여성 NGO 직원은 다른 여성들에 다가가기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며 "여성 직원이 없다면 상황은 빠르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의 근무를 제한한 탈레반의 조치는 이슬람 교리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프간의 한 이맘(성직자)은 BBC에 "탈레반은 어떤 이슬람 가치에도 헌신하지 않았다"면서 "이슬람에는 남자는 일할 수 있고 여자는 할 수 없다는 말은 없다. 우리는 이 결정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라미즈 알라크바로브 유엔 인도주의 아프가니스탄 상주 조정관은 "명백한 인도주의 원칙 위반으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명령 내용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탈레반 지도부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수백만 명을 구하는 지원 활동을 방해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아프간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조치"라고 규탄했다.
국제앰네스티 남아시아 지부도 "아프간의 정치·사회·경제적 공간에서 여성들을 제거하려는 또 다른 개탄스러운 시도"라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 정권은 지난 20일 고등교육부 명의로 공·사립 대학에 보낸 서한에서 여학생들의 이슬람 복장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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