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미국행…보석금 3200억 한푼 안내고 풀려난 이유

김영주 2022. 12.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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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디가 미국 뉴욕의 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암호화폐 사기 등 혐의로 바하마에서 체포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가 3200억 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그의 부모가 있는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2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뱅크먼프리드는 다음 날 뉴욕 연방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앞서 법원은 그의 보석금으로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를 책정했지만, 정작 보석금은 내지 않았다. 다만 약 400만 달러(약 51억원)로 추산되는 그의 부모 집이 담보로 제공됐다. 지난달 초 FTX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이후 뱅크먼프리드는 남아 있는 자산이 약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가 예치된 계좌 하나뿐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보석금은 뱅크먼프리드가 법정에 출두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약속에 해당하고 그가 이 보석금을 내도록 강요받진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뱅크먼프리드가 앞으로 법정에 출두하지 않으면 부모 집은 압류된다. 하지만 그의 부모 집이 담보로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보석금의 10%를 내는 관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과 뱅크먼프리드 측이 미국 송환 절차를 진행하는 대가로 딜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YT는 뱅크먼프리드의 미국 송환은 매우 복잡하고 장기적인 법적 분쟁이 될 수 있었다며 뉴욕 검찰이 뱅크먼프리드의 송환을 놓고 패키지 딜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선 변호사로 일했던 사브리나 쉬로프는 "내 생각에 '보석 패키지'는 뱅크먼프리드가 바하마를 떠나기 전에 합의가 됐을 것"이라며 "바하마로부터 (범죄인) 인도는 어렵고 피고인은 송환에 이의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수년이 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보석금을 내지 않았지만, 보석 조건은 꽤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권을 반납했고,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인 아버지 조 뱅크먼과 어머니 바바라프리드의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 집에서 연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뱅크먼프리드는 또 이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착용하고 정신건강 진료를 받아야 하며, 1000달러(약 13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뱅크먼프리드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경우 그의 부모는 또 다른 두 명의 보증인과 함께 보석금 2억5000만 달러를 책임져야 한다.

앞서 검찰은 뱅크먼프리드를 사기 등 8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모두 유죄가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다음 공판은 내달 3일 열릴 예정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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