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소통 효과... 그들이 부부들에게 목공 권하는 이유
[아이-뷰 최시연]
▲ 백현일·박미자 부부가 운영하는 인천 배다리 행복공작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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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 초입, 아벨서점과 한미서점 사이에 백현일(60)·박미자(56) 부부가 운영하는 '행복공작소'가 있다. '내게 와 쉬려무나'라는 글귀가 쓰인 작은 나무 의자는 공작소 앞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이한다.
매장 안에는 다양한 나무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모서리가 동글동글하다. 조곤조곤 전하는 부부의 음성과 작품들이 매우 닮아있다.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가 부부의 작품들에서 묻어 난다.
백현일씨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동구 '배다리 문화 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에 지원해 두 딸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목공 일을 계속해왔고 관련 자격증도 따면서 꾸준히 준비해 오다가 2021년 6월부터 시작했다.
▲ 인천시에서 지원하고 동구 한마음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시민 옹호 관계 맺기(장애인과 비장애인)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 수업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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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작품 로봇. 각자의 감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을 칠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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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백현일씨는 2021년 6월 공작소를 열면서 목공 교실을 시작했다. 현장에 나가서 수업하기도 하고 소그룹일 때는 공작소에서도 한다. 때로 인원이 많으면 마을 기업 회의실(행복공작소에서 70~80미터쯤 떨어져 있는 배다리 옛 손만두집 2층 마을 사랑방)을 이용하기도 한다.
목공수업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동센터, 복지관 등 학생 대상이며, 일반인들은 요청에 따라서 일일 수업을 하고 있다. 미리 약속 날짜를 예약하면 만드는 것을 재단해 준비해 놓는다.
유치원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주로 만든다. 목재를 다듬어서 만들어 놓은 재료로 로봇 모형이나 자동차 모형 등을 조립하기도 하고, 개인 취향에 따라서 그 모형에 좋아하는 그림이나 색을 칠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부터는 공구를 사용하면서 직접 손으로 형태를 만들어가는 수업을 하고 있다.
"유치원 아이들과 수업할 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할 정도로 집중을 잘해요. 장난기 많은 아이들도 처음엔 장난을 치지만 곧 엄청나게 집중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늘 신기해요. 플라스틱 장난감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감촉을 나무에서 느끼는 것 같아요."
백현일씨는 아이들에게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적인 감촉의 장난감보다는 자연 친화적 장난감을 접할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
"이곳에 오는 분들은 잠시 머물다 가더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 마음이 행복연구소를 거쳐 가는 이들을 향한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이다.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이 함께하는 걸 보면 저희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언젠가는 엄마와 딸이 서너 시간을 같이 작업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정답게 보여서 이 공작소를 열길 참 잘했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도 모녀같이 보이는 두 사람이 와서 몇 시간을 함께 작업을 했는데 더없이 정다워 보였어요. 그런데 그분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였어요."
행복공작소를 찾는 이들이 함께 작업을 하며 어울리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부부에겐 가장 큰 보람이다. 각자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잠시 머물면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장을 열어가는 곳, 행복공작소가 그런 곳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부부는 감사하다.
▲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수납 상자를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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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일씨가 수업교재로 개발한 작품 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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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한 것을 모방해 본 적이 없어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요. 저와 가족들이 매 순간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죠."
목공 교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아이템은 백현일씨가 개발한 작품들이다. 그는 메모할 수첩을 항상 챙겨서 다니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스케치한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나오면 가족들과 토의를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저는 원목 전등에 불을 켜 놓으면 온화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며칠 전 교원연수에 참여했던 선생님 16명과도 원목 전등을 만들었는데, 만들 땐 별 감흥 없이 따라 하시다가 다 만들고 나서 열여섯 개의 등을 쌓아놓고 불을 켰어요. 그랬더니 선생님들 모두 함성을 지르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거예요. 빛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평소 조명을 좋아했던 백현일씨는 빈티지 조명을 수집해서 실생활에서도 쓰고 있다. 그런 그의 관심이 그에게 원목 전등을 만든 배경이다.
의자를 좋아하는 박미자씨는 자신을 꼭 빼닮은 의자를 만들었다. 25년 전 남편이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었던 그 의자를 재현하기도 했고, 재활용 목재로는 자신의 의자를 디자인해 만들었다. 꾸밈없이 단정한 모양과 자연에 가까운 색감이 편안하다.
"저희는 지금도 늘 손을 잡고 다녀요. 남편은 본인 가방은 메고 한 손엔 제 가방을 들고 다른 손으론 제 손을 꼭 잡고 있어요."
두 사람 사이에 전해지는 마음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청소하고 있는 박미자씨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는 남편 백현일씨,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위해 청소라도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는 부인 박미자씨. 두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오누이처럼 닮아있다.
남편과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특별히 없어요. 워낙 이해심이 많고 일도 자상하게 잘 가르쳐줘요"라는 박미자씨. 그녀는 요즘 들어 남편이 곁에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 박미자씨가 만든 의자들. 왼쪽 두 개는 재활용 목재로 디자인해서 만들었고, 오른쪽 의자는 25년 전 남편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줬던 의자를 그대로 재현해서 만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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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백현일(60)과 부인 박미자(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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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옹이'는 행복했던 순간
백현일씨는 목공수업을 시작할 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 옹이에 관한 이야기다. 때로 옹이가 들어간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옹이는 나무에게 삶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하면 시각을 바꾸기도 한다.
"옹이는 가지가 있었던 부분이죠. 가지는 나무 측면에서 보면 좋은 시절이라 생각해요. 나무는 건기 때는 가지를 잘 내지 않아요. 나무 스스로 환경이 가장 좋을 때 가지를 내면서 자라나요. 그렇게 보면 옹이는 나무가 행복했던 순간일 수 있어요."
투박한 것을 좋아하고 그런 것에 마음이 더 끌린다는 그는 옹이가 들어간 나뭇결을 특히 좋아한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곧은 나무를 골라 매끈하게 사포질해야 하지만, 백씨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그에게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다.
백씨는 유난히 나무를 닮아있다. 꼿꼿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며 따뜻한 느낌이 그렇다.
박씨는 부부들이 목공을 함께 해보길 권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다른 일을 해 오다가 올 3월 공작소에 합류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남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런 순간들이 이 부부에겐 또 다른 소통의 시간이 됐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몇 시간이 소요된다. 작품에 따라서는 서로가 협력해야 하는 때도 있다. 이런 과정이 서로의 마음을 일치시키고 서로를 바라보게도 한다.
각자를 돌아볼 시간의 여유조차 없는 요즘, 잠시라도 멈추어서 '쉼'을 가져보길 제안한다. 자연의 일부분인 나무와 함께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장 가까이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바라볼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 행복공작소 내부에 진열된 작품 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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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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