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사면 세무조사가 엊그제 같은데…35년만 300만대 넘었다

최대열 2022. 12. 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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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車등록, 지난해 295만→11월 317만대
전체 차량 중 비중 12.4%로 늘어
'집 한채 값' 재력 상징 소수 부유층 전유물
1987년 정식 수입 후에도 증가세 미미
2000년대 이후 유럽차 중심으로 급증
BMW가 1994년까지 생산한 2세대 7시리즈.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던 시기였다. 국내에도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수입차 규제가 사라지면서 다양한 브랜드, 수입차종이 늘었다.<이미지출처:한국수입차협회>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올 들어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가 300만대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국토교통부 등록통계를 정리한 자료를 보면, 수입차는 지난해 연말 295만대가량 됐는데 지난달 기준 317만대로 1년여 만에 22만대 정도 늘었다. 국산차를 포함해 전체 자동차 가운데 비중은 12.4% 정도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차 8대 가운데 1대는 수입차라는 얘기다.

국내 첫 수입차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대한제국 막바지 고종과 순종이 탔던 어차(御車)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고종이 탔다는 포드가 1911년 미국에서 수입됐고 이후 순종 시기 미국의 캐딜락, 영국 다임러의 리무진을 탔다고 한다. 포드에 관해서는 명확한 흔적이 없고, 캐딜락·다임러의 차는 현대차가 복원해 국립박물관에 전시해뒀다. 전 세계에도 몇 대 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수입차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87년이나 그 전부터 정관계 고위층이나 유명인 사이에선 시나브로 퍼져 나갔다. 수입차에 붙는 세금이 차값의 두 배 반이 넘고 가격이 아파트 한두 채에 달했던 터라, 수입차 보유 자체가 사회적 위상이나 재력이 받쳐준다는 의미였다.

순종황제 어차(왼쪽)와 순정효황후 어차. 등록문화재로 현대차가 복원했다.<이미지출처: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

70년대 장관급 고위관료가 탔던 차가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링컨·폰티악 등 외산 브랜드 일색이자 총리가 나서 국산차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 가왕 조용필은 80년대 당시 국산 고급차였던 그라나다(유럽 포드가 개발해 현대차가 라이센스 생산)를 타다 메르세데스 벤츠 280SE(현 S클래스)로 넘어와 지금껏 같은 브랜드를 타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벤츠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수입차가 ‘정식’으로 들어왔지만 물량은 많지 않았다. 비싼 찻값은 물론 차량 구매자에 대한 당국의 세무조사, 8가지에 달하는 세금, 미국보다 네 배 높은 관세(10%), 안전·환경·광고 규제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가 불공정 무역에 대해 보복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슈퍼 301조’를 내세우며 주요 교역국을 압박하던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게도 이러한 점을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배기량 2000㏄ 대형차나 1000㏄ 미만 소형차로 제한해 수입차 시장을 열었던 우리나라는 이듬해 전 차종으로 확대했다. 당시 처음 국내 문을 두드린 수입 브랜드는 벤츠(한성)와 아우디·폭스바겐(효성), 볼보(한진), BMW(코오롱) 정도였다.

국내 판매중인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의 차량

첫 해 10대였던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10년째인 1996년 처음 연산 1만대를 넘겼으나(1만315대) 이듬해 외환위기로 다시 고꾸라졌다. 다시 1만대를 넘긴 건 2002년(1만6119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를 넘어선 것도 이때다. 2001년 도요타의 고가 브랜드 렉서스가 국내에 진출하는 등 상대적으로 싸고 내구성이 좋은 일본차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부터는 독일 고가 브랜드 위주로 널리 팔리면서 수입차 시장 전체적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2011년 수입 승용차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겼고, 2015년 20만대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신차판매 시장이 주춤했던 2020년과 지난해에도 연이어 새 기록을 썼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신차판매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8.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부품수급난이 다소 완화되면서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터라, 연말이 지나 최다판매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이 높다.

수입차협회 총등록 통계를 보면, 국내에 가장 많이 등록된 외산차 모델은 수차례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던 BMW의 중형세단 520D다. 올 상반기 기준 6만6342대 등록돼 있다. 메르세데스의 경쟁모델 E300이 6만5898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ES300h가 5만6912대로 뒤를 잇는다. 520d나 E300은 4륜구동 모델을 제외한 수치로 이를 포함하면 E300이 조금 더 많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판매량 국가별 순위에서도 전 세계 1, 2위에 오르내린다.

서울의 한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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