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예대상'도 수상남발... '그들만의 잔치' 재확인했다

이준목 2022. 12. 2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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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신진 발굴에 노력 안하고, 다채널 시대에 경쟁력도 밀려

[이준목 기자]

방송인 신동엽이 2022년 KBS 연예대상 주인공이 됐다. 지난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22 KBS 방송연예대상>에서 신동엽은 <불후의 명곡>으로 경쟁 후보인 김숙, 김종민, 전현무, 이경규 등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신동엽이 11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불후의 명곡>은 생방송 투표를 통해 시청자가 뽑은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상'까지 수상했다. 매주 최고의 뮤지션들이 다양한 콘셉트에 따라 무대를 꾸미는 <불후의 명곡>은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와 착한 서바이벌의 모범을 보여주며 국내 최고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신인상은 나인우(<1박 2일>), 양세형(<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정태우(<살림하는 남자들2>)가 부문별로 수상 영광을 안았다. 우수상 부문은 제이쓴(<슈퍼맨이 돌아왔다>), 김병현(<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이찬원(<신상출시 편스토랑>), 김신영(<전국노래자랑>) 등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딘딘(<1박 2일>), 류수영(<신상출시 편스토랑>), 이천수(<살림하는 남자들2>), 사유리(<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밖에 차예련(<편스토랑>), 박주호(<슈퍼맨이 돌아왔다>), 연정훈(<1박 2일>)은 베스트 엔테테이너상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 별세한 고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으로 '20주년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찬원, 김신영 등 많은 이들이 수상소감에서 송해와의 인연을 회고하며 감사와 추모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상의 주인공이 된 신동엽은 어느덧 데뷔 31년차의 베테랑 방송인이다. 특이하게도 데뷔는 SBS에서 했지만 경력을 보면 KBS와 유독 인연이 깊었다. 신동엽은 KBS에서만 최초로 무려 3번이나 대상을 차지하며 최다 수상자의 영광을 누렸다. 또한 신동엽은 KBS 연예대상이 처음 신설된 2002년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으로 첫 대상의 기쁨을 누렸고, 2012년에는 <안녕하세요>와 <불후의 명곡>으로, 그리고 올해 다시 세 번째로 대상을 받으며, '10년 주기설'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날 신동엽은 특유의 재치넘치면서도 의미심장한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동엽은 "'올해는 뭔가 내가 대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항상 그럴 땐 못 받았다. 사실 오늘은 전혀 기대를 안 했고, <불후의 명곡>이 프로그램상을 받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왔는데 대상을 받게 됐다"며 징크스를 고백했다.

이어 신동엽은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못한 나머지 대상 후보자들에게 감사하다.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며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데 신동엽의 마지막 발언은 단순히 농담만은 아니었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대상 후보가 없다'는 지적은 팩트에 가까웠고, 이는 KBS만이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현실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는 '국민 MC' 유재석이 <런닝맨>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바 있다. 독보적인 진행 능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유재석은 SBS에서만 7번째 수상이었고,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틀어서 무려 19번째 연예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신동엽과 유재석의 공통점은, 개그맨 출신으로 시작하여 20여년 이상 방송가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히트작을 배출했고 이제는 '예능 MC'를 상징하는 대표주자로 안착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20대에 방송경력을 시작했던 이들은 어느덧 50대의 원숙한 중견 방송인이 됐다. 올해 이들에게 대상의 영광을 안긴 <런닝맨>과 <불후의 명곡> 역시 모두 방송기간이 10여년을 훌쩍 넘긴 장수 예능들이다.

신동엽과 유재석같이 꾸준한 진행능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하여 장수하는 MC들은 연예계의 귀감이 될만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의 장기집권 이면에는 '세대교체와 경쟁자의 부재'라는 지상파 예능계의 고민도 담겨있다.

'관찰예능'과 '서바이벌 경연', '집단 위주의 미션 버라이어티'가 주류를 이루는 최근의 예능계에서는 예전만큼 전문자 MC의 절대적 비중이나 1인자의 역할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추세다. <런닝맨>은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올해 유재석의 활약이 예전보다 더 크게 돋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SBS는 <런닝맨>의 원년멤버로 오랫동안 활약해왔던 지석진이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무관에 그치자 홀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은 11년째 신동엽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진행이 빛나기는 했지만, 음악 경연의 특성상 어디까지나 무대와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미스터 트롯>의 김성주나 <히든 싱어> 시리즈의 전현무처럼 분위기를 주도해야하는 MC의 개인 역량이 강조되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엽이 또다시 무난히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고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딱히 그보다 더 나은 활약을 보였다고 할만한 경쟁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상 수상자가 아닌 후보들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탁재훈, 이상민, 이경규, 김종민, 김숙, 전현무 등도 모두 대상 수상경력이 있거나 몇 년째 꾸준히 후보로 언급되었던 인물들이다. 어차피 누가 받아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대상 경쟁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방송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재석-신동엽-이경규-강호동-전현무 등 이른바 1급 방송인들은 대부분 20-30대부터 메인 예능 MC로 활동해왔고 지금도 다수의 인기 예능에서 주류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KBS와 SBS 연예대상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어느덧 연령대가 40대 중반이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할 정도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상 후보급 인재풀이 고만고만하다보니 최근 몇 년간은 메인 MC가 아니더라도 '2인자'나 '주조연급' 멤버들에 파격 수상을 안기는 것이 대안으로 나오기도 했다. KBS만 해도 2021년에는 <1박2일>의 멤버중 한 명이었던 문세윤이 깜짝 수상을 차지한바 있다. 2019년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자 아빠들, 2021년 SBS에서 <미운 우리새끼> 출연진 등 단체수상도 종종 등장했다.

한편으로 이는 그만큼 지상파 예능계의 침체와도 관련되어있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OTT의 활성화 등으로 인하여 채널이 다양해지고 많은 지상파 방송 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지상파 예능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방송사별 연예대상에서 주요 부문 시상 후보들을 보면 대부분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방송되고있는 장수 프로그램과 그 출연자들 일색이다. 구조적으로 정체된 '고인 물'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 똑같은 수상자들에 수상소감이 비슷하고 판에 박힌 멘트를 들어야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지루함만 안긴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위한 없다면 연예대상도 매년 반복되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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