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이 말하는 진짜 연민, 송중기의 선택은?

이정희 2022. 12.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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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최총회 향해 가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이정희 기자]

국내 재벌가 이야기를 판타지 장르에 엮어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국내 최고 재벌 순양가 사람들에 반기를 든 손주 진도준(송중기)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나한테 겁없이 덤빈 그 놈이 진양철이 막내손주 진도준이 맞나?"

순양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낚아 챈 '미라클'의 주인이 진도준(송중기 분)이라는 걸 알게 된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은 일갈한다. 그리고, "나한테 반기를 들면 형제고 자식이고 없다"며 진도준의 목을 조르려 했다.

장자 승계라는 원칙을 고수하던 진양철 회장은 "이러면 장손도 아닌 너에게 순양을 물러줄 거라고 생각했나"며 진도준을 비웃었다. 하지만 장자도, 장손도 그의 성에 차지 안았다. 시름이 깊었다. 더구나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건강 상태였다. 결국 순양을 가장 사랑하던 진양철 회장은 지주회사를 통해 승계의 기반을 만들려 했다. 진도준과 단 둘이 지주회사 대표 선출을 위해 차를 타고 가던 날, " 니 함 해볼래?"라며 진도준을 밀어주려 한다. 

 
 재벌집 막내 아들
ⓒ jtbc
 
유산도 받지 못한 진도준의 선택 

그런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진양철의 사후 공개된 유언장에 진도준의 몫은 없었다. 대신, 진영기, 진동기, 진화영 삼남매와 장손 진성준에게까지 골고루 유산이 분배되었었다. 가장 자신을 닮았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진도준을 바라보던 할아버지 진양철, 그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손에 넣은 삼남매는 이항재를 앞세워 금융지주회사 사장 선출을 무산시킨다. 

그대로 당할 진도준이 아니었다. 진영기, 진동기 형제의 지분 30%에 우호지분 7%로 이루어진 금융지주 회사, 대선에 나선 고모의 남편이자, 서울 시장이었던 최창제를 움직인다. '금산분리'에 대한 여론을 조성, 금융지주 회사를 통한 불법 승계 자체를 무산시켜 버린다. 결국 진영기, 진동기 형제는 세금만 1조를 넘게 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금융 지주회사를 모색했던 진영철 회장은 기적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에서 하루 아침에 불법 승계를 도모한 협잡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항재(정희태 분)가 찾아온다. 순양가의 편을 들었지만, 진성준은 "주인대접 받고 싶으면 다시 태어나세요"라는 말 한 마디로 그를 내쳐버렸다. '버림받은 개'의 처지가 된 이항재가 비로소 숨겨두었던 진양철의 유산을 진도준에게 내민다. 바로, 윤현우를 죽음으로 내몬 그 비자금이었다.
 
 재벌집 막내 아들
ⓒ jtbc
 
진도준의 '연민', 그를 향한 진양철의 가르침 

돈보다 더한 유산도 있었다. 영상을 통해 등장한 진양철, 그는 진도준이 인수한 진양 자동차를 '언 발에 오줌누는 격'이라며 코웃음을 친다. 오늘의 진양철을 있게 했던 진양 자동차, 기업 경쟁력에 있어 떨어짐에도 진양철이 포기할 수 없었던 그 순양 자동차를, 진도준은 인수했다. 그리고  2002 월드컵 마케팅에 힘입어 순양 자동차 판매를 호조로 이끌었다.

그런 진도준의 선택을 진양철은 못마땅해 했다. 그래서 그에게 유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는 것으로 '호된 가르침'을 남겼다. 그리고 말한다. 정말 진도준이 '될 놈'이라면 진양철 자신을 팔아서라도 순양을 자기 것으로 만들거라고. 진양철의 유언대로, 진양철을 팔아 순양가의 불법 승계를 막았다.

진양철이 비웃은 건 바로 진도준의 '연민'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윤현우가 과거로 와서 진도준이 되고 난 후, 그가 '연민'으로 선택한 일들은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가르침을 그에게 주었다. 

윤현우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고, 파업 현장에 나선 아버지가 폭력을 당하는 걸 본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윤현우, 아니 지금의 진도준은 그가 가진 재력을 이용하여 아버지 회사 노동자들의 생계를 살려내려 애쓴다. 순양이 그 회사를 인수하며 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하자, 진도준은 그를 막아서고 '고용 승계'를 해주는 전제로 순양의 경쟁사인 대영의 손을 들어주는 식이다. 

아버지의 고용 승계에 더해, 어머니가 밥집을 하는 건물 계약서까지 들고 신이 나서 윤현우의 옛집으로 찾아간 진도준, 하지만 어머니는 다시 돌아온 과거에서도 죽음으로 그를 맞이한다. 단지 다르다면 윤현우의 어머니가 tv 속 아버지가 폭력을 당하는 걸 보고 쓰러졌다면, 지금 어머니는 순양 생활과학의 개미투자자였다. 아들을 대학보내기 위해 어머니는 가진 돈 모두를 털어 주식을 샀지만, 순양은 매도했고, 치솟던 주가는 한 순간에 종이조각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머니를 죽음에 내몰지 않으려 아진 자동차의 고용 승계를 위해 애썼지만, 결국 어머니는 또 다른 순양의 불법적인 승계를 위한 순양 생활 과학 매각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진도준은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야 만다'며 고개를 떨군다. 순양은 언제나 윤현우의 '적'이라는, 서민들의 적이라는 메시지인가. 

 
 재벌집 막내 아들
ⓒ jtbc
 

윤현우의 가족을 지키고, 어머니를 죽음에서 구해내려 했던 진도준, 이제 더는 윤현우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 자신의 가족을 향한 한없는 연민으로 자본을 운용한다. 순양이라는 재벌의 횡포에 분노하고, 그들이 능력도 없는 자기 자손들에게 불법적인 승계를 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면서도 진도준은 어느 새 , 진양철이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에 마음이 가고 만다. 그래서 진양철에 말 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한 줄 알면서도 순양 자동차를 구해내려 애쓴다. 그런 진도준의 '연민'어린 마음에 진양철은 쐐기를 박는다. 그런 식으로는 순양을 경영할 수 없다고. 

복잡한 마음으로 늦은 밤 차를 타고 가던 진도준은 거리에서 차를 세운다. 그의 눈에는 아픈 동생의 병원비를 대기위해, 그리고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빌린 사채를 갚기 위해 대리 운전을 하다 졸음을 참지 못해 자기 뺨을 때렸던 젊은 날의 윤현우, 그래서 차에서 쫓겨난 윤현우가 보인다. 그의 구제할 길 없던 가난이, 과거의 윤현우에 대한 '연민'이 순양을 향해 거침없이 치닫는 진도준의 '엔진'이었다. 

'연민'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뜻을 찾아보면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이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 물가를 향해 기어가는 어린 아이를 그냥 보아넘기지 않는 어진 마음을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의 발로라고 말한다. 

현재의 시간에서 순양의 비자금을 찾다가 죽임을 당한 윤현우가 과거에서 진도준으로 태어났다. 그는 윤현우가 감당하기 힘들었던 가난의 악순환, 그리고 결국 죽음에 대한 연민과 복수심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순양의 승계 구도에 깊숙이 들어간 도준은 순양을 만든 이, 진양철에 대한 연민어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진양철은 그런 진도준에게 쐐기를 박는다. 그런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연민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을 사는 건 윤현우가 아닌 진도준이다. 다시 태어났음을 깨달은 그는 말한다. 처음에는 기회라고, 그리고 희망이라고. 그에게 주어진 또 한번의 삶, 그걸 누군가를 위한 마음만으로만 살아가는 건 기회일까? 희망일까? 어쩌면 진양철의 훈계는 '연민'을 넘어선 진도준을 향한 질문이 아닐까. 

이제 남은 회차에서 진도준은 진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지도 모른다. 과거 윤현우에 대한 연민을 넘어, 이제 진도준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누군가를 위한 전쟁이 아닌 이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재벌집 막내 아들 진도준이 원하는 진짜 삶을 위한 전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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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cucumberjh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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