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마다 사랑받는 이 영화... 결국 명불허전

이학후 2022. 12. 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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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엘프>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씨즌,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볼까 막막한 분들을 위해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이학후 기자]

 
▲ <엘프> 영화 포스터
ⓒ 월드시네마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보육원에 선물을 전달하러 온 산타(에드워드 에스너 분)가 쿠키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아기가 선물 보따리 안에 들어간다. 실수로 아이가 북극의 산타 마을로 온 사실을 알게 된 산타와 엘프들은 고민 끝에 키우기로 결심하고 파파 엘프(밥 뉴하트 분)에게 양육을 맡긴다. 

30년 후, 파파 엘프의 보살핌으로 성장한 버디(윌 페렐 분)는 다른 엘프들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어도 자신이 엘프라는 걸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인간이란 진실을 우연히 접한 버디는 친아빠 월터(제임스 칸 분)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천신만고 끝에 뉴욕에 도착한 버디는 백화점에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여운 여성 조이(주이 디샤넬 분)를 만난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영화'는 사랑 받는 장르 가운데 하나다. 숱한 크리스마스 영화들 가운데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1940년대에 나온 <멋진 인생>(1946)과 <34번가의 기적>(1947)이 단연 일 순위다. 우리에게 친숙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나온 건 1980년~1990년대 무렵이다. <크리스마스 스토리>(1983), <그렘린>(1985), <스크루지>(1988), 크리스마스 영화인지 여부로 논쟁이 있는 <다이 하드>(1988), <나 홀로 집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 <산타클로스>(1994) 등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21세기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흥미롭게도 같은 날에 선보였다. 미국에서 2003년 11월 7일에 개봉한 로맨틱 무비의 종합선물세트 격인 <러브 액츄얼리>(2003), 그리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대부분 무명인 데다 제작사의 기대도 크지 않았으나 흥행에 성공한 <엘프>(2003)다.
 
▲ <엘프> 영화의 한 장면
ⓒ 월드시네마
 
<엘프>의 각본을 쓴 데이비드 베런바움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영화를 좋아한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스톱모션으로 제작한 줄스 베스와 아더 랜킨 주니어의 <루돌프와 프로스티의 7월의 크리스마스>(1979)에서 영감을 받아 루돌프를 거대한 요정으로 바꾸는 특이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렇게 돈, 명예보단 가족, 친절, 사랑이 중요하다는 도덕적인 교훈을 담은 보통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기가 요정인 줄 아는 서투른 장신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프>의 각본이 태어났다.

메가폰은 지금은 <아이언맨>(2008), <정글북>(2016), <라이언  킹>(2022)를 연출한 감독이자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만달로리안>의 제작 총괄 및 각본가로 명성이 높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디 영화 <메이드>(2001)의 감독 경력이 고작이었던 각본가 겸 배우 존 파브로가 잡았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의 '엘프'편에 따르면 존 파브로 감독은 각본가, 제작자와 가진 첫 번째 미팅에서 <엘프>의 연출 방향에 대한 3가지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한다.

1. 의상의 미학은 '랜킨/베스'를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랜킨/베스'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넣고 싶다.
2. 크리스마스는 가족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아이들과 교류할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3. 영원히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를 만들고 싶다.
 
▲ <엘프> 영화의 한 장면
ⓒ 월드시네마
 
시대를 초월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존 파브로 감독은 다른 영화들이 사용하던 디지털 특수효과를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길 제작진에게 주문했다. 작은 요정들의 세계에서 장신의 버디를 촬영할 적엔 디지털 특수효과 대신에 큰 세트장에서 인위적 원근법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극의 산타 마을의 풍경,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짜 눈송이와 눈사람, 엘프의 복장과 색감 등은 줄스 베스와 아더 랜킨 주니어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심지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장면을 넣었을 정도다. 이런 고전적인 요소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산타 마을에서 버디가 요정들과 함께 지내는 <엘프>의 전반부는 거대한 인간이 작은 엘프 체구에 맞춘 침대, 의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정작 자신이 엘프가 아니라는 걸 몰라서 생기는 '신체적 부조화'가 웃음을 자아낸다. 후반부는 뉴욕으로 온 버디가 친아빠와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마치 정글에서 도시로 온 타잔처럼 다른 문화의 인물이 어울리지 못하며 만들어진 '심리적 부조화'가 크게 느껴진다.
 
▲ <엘프> 영화의 한 장면
ⓒ 월드시네마
 
<엘프>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영화다.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버디는 집이든, 백화점이든, 그가 발을 내딛는 어디라도 유머와 순수함을 전파하며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일과 돈에 집착하는 '스크루지'와 같았던 나쁜 아빠 월터가 아들 버디를 만나면서 잃어버렸던 가족의 가치를 회복하고 좋은 아빠로 변한다. 

각본가 데이비드 베런바움은 <엘프>의 주제가 "아버지를 찾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버디가 인간 아빠 월터, 요정 아빠 파파 엘프를 모두 받아들이는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요정 세계, 그리고 인간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낀 한 남자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깨닫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대본, 멋진 연기, 근사한 시각효과가 어우러진 <엘프>는 개봉 당시의 북미에서 1억 6천만이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2003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니모를 찾아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매트릭스 2-리로디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브루스 올마이티>, <엑스맨 2-엑스투>에 이어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9.11 테러의 비극이 있은 지 불과 몇 년밖에 흐르지 않아 뉴욕시의 사람들이 모여 '울면 안 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를 합창하는 <엘프>의 장면을 보며 무척 감동했다는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그리고 영화의 인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계속됐다.
 
▲ <엘프> 영화의 한 장면
ⓒ 월드시네마
 

<엘프>가 개봉한 지 20여 년 가까이 흘렀다. 어느덧 <엘프>는 변함없이 사랑을 받으며 <멋진 인생>, <34번가의 기적>, <크리스마스 스토리>, <나 홀로 집에>,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과 함께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로 자리를 잡았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재미'와 우리 내면의 '아이'를 자극하는 <엘프>의 마법이 지금도 변함이 없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존 파브로 감독의 바람대로 <엘프>는 영원히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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