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그 자체였던 kt위즈, 2023년엔 반전 드라마 쓸까
[유준상 기자]
지난해 가을, 1위 결정전서 승리를 거두고 힘겹게 정규시즌을 1위로 끝낸 kt 위즈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4전 전승으로 꺾었다. 1군 진입 7시즌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통합 우승이었다.
'디펜딩챔피언'의 입장이 된 kt의 새 시즌 목표도 우승이었다. FA 허도환(LG 트윈스)의 이적을 제외하면 전력에 큰 변화는 없었다. FA 시장에 나온 주전 포수 장성우, 3루수 황재균 모두 원소속구단 잔류를 택했고, 여기에 키움 히어로즈서 뛰던 1루수 박병호를 영입했다.
▲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한 박병호(오른쪽) |
ⓒ kt 위즈 |
그래도 버텼다
정규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전력에서 빠진 선수가 있었다. 바로 강백호다. 시범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오른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 진단을 받아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했다. 그나마 박병호가 1루 수비를 할 수 있어 대안이 아예 없진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정규시즌 개막 이후 단 두 차례만 등판하고 더 이상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팔꿈치 쪽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마저 오른쪽 새끼발가락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kt는 쿠에바스, 라모스 모두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예상보다 복귀 시점을 당기면서 6월 초 1군에 돌아온 강백호가 또 부상을 입는가 하면, 장준원과 김병희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야수들 역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9월에는 박병호가 주루 플레이 도중에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로 빠졌고,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kt의 버티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마운드 덕분이었다. 국내 선발진만 놓고 보면 kt보다 더 좋은 팀을 찾기 어려웠다.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소형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승수(13승)를 올린 고영표, '승률왕' 엄상백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웨스 벤자민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
▲ 2022년 kt의 가을은 고척에서 끝을 맺었다. |
ⓒ kt 위즈 |
끝까지 희망 잃지 않았지만
LG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끝내기 패배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무산된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했다. 더구나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주어진 휴식일은 단 하루뿐이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그나마 kt는 시리즈를 한 경기 만에 마무리한 덕분에 이틀 휴식 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에도 팽팽한 승부(상대전적 8승 1무 7패 키움 우세)를 벌였던 두 팀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2승 2패서 열린 5차전은 kt에게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남는다. 1회초 앤서니 알포드의 솔로포로 기선제압에 성공하고도 4회말 송성문의 투런포로 리드를 빼앗겼다. 8회초 장성우의 1타점 2루타로 추격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3-4로 패배했다.
▲ WBC 대표팀 지휘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이강철 감독 |
ⓒ kt 위즈 |
결국 '건강'이 화두
올겨울에도 전력 누수가 크지 않았다. kt는 벤자민, 알포드 재계약에 이어 새 외국인 투수 보 슐서와 손을 잡았고, FA 내야수 김상수와 LG서 방출된 내야수 이상호를 영입했다. 상무야구단 합격 통보를 받은 내야수 심우준, 권동진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다만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캠프 기간 동안 사령탑이 없다는 것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감독에 선임된 이강철 감독이 내년 1월부터 대회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잠시 자리를 비운다. kt는 코치들을 중심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예정이다.
가장 큰 목표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지만, 더 나아가서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5강 그 이상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단, '건강'이라는 전제조건이 받쳐줘야 한다. 2022년을 뒤로하고 새 시즌을 맞이하는 kt가 아쉬움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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