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 돋보인 BNK 진안, 하나원큐 골밑 유린

양형석 2022. 12. 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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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24일 하나원큐전 시즌 최다 리바운드 기록, BNK 74-56 승리

[양형석 기자]

BNK가 적지에서 최하위 하나원큐를 완파하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 썸은 24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하나원큐와의 원정경기에서 74-56으로 승리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상위권의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우리은행 우리WON에게 패하며 분위기가 처졌던 BNK는 5일을 쉬고 만난 최하위 하나원큐에게 18점차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약 3주 간의 올스타 휴식기를 맞게 됐다(10승6패).

BNK는 젊은 에이스로 자리잡은 이소희가 3점슛 4개를 포함해 26득점4리바운드3어시스트2스틸로 맹활약하며 BNK의 연패탈출을 이끌었고 안혜지도 10득점5리바운드9어시스트4스틸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BNK의 백코트 콤비가 마음껏 코트를 활개치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골밑을 지킨 이 선수의 헌신 덕분이었다. 32분47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18득점19리바운드2블록슛으로 하나원큐의 골밑을 지배한 진안이 그 주인공이다.

1순위 만큼 활약 쏠쏠한 2순위 선수들
 
 대만 출신의 진안은 귀화 후 한국 국가대표로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매년 WKBL 신인드래프트를 할 때가 되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가 언론과 팬들의 집중조명을 받게 된다. 실제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가 또래 선수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신인 드래프트를 살펴 보면 2순위 지명 선수 중에서도 1순위 못지 않게 WKBL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역대 2순위 지명 선수 중 최고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바로 여자농구 최고의 만능포워드 김단비(우리은행)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계청소년대회 득점1위에 빛나는 강아정에 이어 2순위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입단한 김단비는 프로입단 후 5번의 챔프전 우승을 포함해 공수 전 부문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강아정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김단비는 여전히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강이슬(KB스타즈)은 2017-2018 시즌부터 2021-2022 시즌까지 5시즌 연속 3점슛 부문 1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슈터로 군림했다. 하지만 그 해 전체 2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던 최이샘 역시 성실한 성격과 뛰어난 작전수행능력으로 우리은행의 주전선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김단비 영입 당시 팀 내 득점 1위였던 김소니아(신한은행) 대신 최이샘을 보호선수로 묶은 바 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는 박지수(KB)의, 박지수를 위한, 박지수에 의한 무대였다. 실제로 같은 해 입단한 선수 중에서 WKBL 역사상 최고의 센터로 향해가는 박지수에 버금가는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한 이주연도 프로 입단 후 매 시즌 꾸준한 성장속도를 보이며 어느덧 삼성생명에서 없어서는 안될 붙박이 주전가드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5월 BNK,하나원큐와의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삼성생명은 수피아여고의 이해란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해란은 지난 시즌 신인왕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삼성생명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2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해 루키 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소희 역시 이번 시즌 16경기에서 6.19득점2.75리바운드1.2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하나원큐의 미래로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대만 출신 귀화 선수에서 국가대표까지
 
 진안은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프로 데뷔 최다 리바운드 타이기록을 세웠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대만에서 태어나 청소년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진안은 지난 2012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수원여고 진병준 감독의 양녀로 입양돼 귀화시험을 본 후 정식으로 여자프로농구에 도전했다. 184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센터 진안은 180cm의 장신 포인트가드 윤예빈(삼성생명)에 이어 전체 2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지명되며 한국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진안은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벤치를 전전하며 프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센터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이 겹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BNK가 창단하면서 WKBL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됐고 BNK의 초대사령탑이었던 유영주 감독은 진안을 주전으로 중용했다. 그리고 진안은 2020-2021 시즌 16.67득점9.9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포인트가드 안혜지, 슈팅가드 이소희와 함께 BNK의 '젊은 농구'를 상징하는 선수로 활약하던 진안은 이번 시즌 김한별의 부활, 이소희의 급성장과 맞물리면서 개인기록이 다소 하락했다. 전반기 WKBL 최고의 센터 박지수가 결장하면서 진안의 전성기가 올 거라고 예측했던 농구팬들의 전망이 무색해지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진안은 다소 떨어진 득점에도 든든하게 골밑을 사수하며 BNK의 상위권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4일 하나원큐전에서도 진안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이번 시즌 7.09득점7.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하나원큐의 주전센터 양인영이 허리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진안은 하나원큐의 골밑을 휘저으며 18득점19리바운드2어시스트2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19개의 리바운드는 이번 시즌 개인 최다리바운드이자 커리어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 타이기록이었다. 그만큼 하나원큐에서는 진안을 제어할 선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날 1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진안은 평균 9.44개의 리바운드로 김단비와 김소니아를 제치고 팀 동료 김한별(10.14개)에 이어 리바운드 2위로 뛰어 올랐다. 리바운드 1,2위를 보유한 BNK는 안혜지,이소희 같은 단신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음에도 팀 리바운드 부문에서 전체 2위(43개)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진안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BNK의 골밑은 후반기에도 맹위를 떨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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