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마틴 마르지엘라展·김홍식 개인전 Flaneur Meets Lust 外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김홍식 Flaneur Meets Lust展 = 더 트리니티 갤러리는 김홍식 작가의 ‘Flaneur Meets Lust’ 전을 개최한다. 김홍식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포착한 순간을 담아 프레임 속에 기록해왔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배경으로 명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전지적 작가의 시선, 그리고 이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시선까지. 작가는 무한히 이어지고 중첩되는 시선들을 스테인리스 스틸을 캔버스 삼아 황금빛 프레임을 매개로 시공간을 연결하는 작업 ‘플라뇌르(Flaneur)’연작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선명하게 표현된 디테일은 우리에게 사진인지 회화인지 작업 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철판 위에 빛에 민감한 감광제를 고루 발라 말린 후 사진 필름을 그 위에 얹는다. 필름을 얹은 금속판에는 필름의 상(像)이 스테인리스 스틸에 그대로 얹어진다. 이후 부식 작업을 통해 이미지 선과 면을 질감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부식된 금속 면 위에 잉크가 잘 배이도록 발라주고 닦아낸 뒤 찍어내는 판화 작업과정을 거쳐 판 자체를 활용한 실크스크린 위로 다시 페인팅 작업을 덧칠한다. 작가는 이를 '금속판 부식회화'라고 명명한다.
새 연작에서 작가는 능동적 시선과 감상에서 시작해 소장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는 심리를 다룬다. 현대미술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현장을 들춰보는 지점에서 작품은 시작한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층으로 대표되는 MZ세대들이 느끼는 동시대 예술작품은 단순한 ‘관람’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코로나로 인해 누구도 상상 못했던 고통과 단절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됐다. 문화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거리낌없이 표출한다.
작가는 루브르를 가득 채웠던 인파들을 보며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은 그들이 환호하는 현대 미술 아티스트 작품들, 부유하는 인간의 표상, 새롭게 등장한 블루컬러 등의 작업으로 연결된다. 작가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원하고, 탐하는 것이 바로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 욕망들은 작가의 빛나는 금빛 프레임을 통해 새어나온다. 전시는 2023년 2월 11일까지, 서울 용산구 장문로 더 트리니티 갤러리.
▲마틴 마르지엘라展 = 롯데뮤지엄은 세계적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최초 대규모 기획 전시를 개최한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였던 마틴 마르지엘라가 2008년 돌연 패션계를 은퇴하고 순수 예술 창작자로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0년대부터 깊게 고민해 온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참여’ 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총 50여점의 설치·조각·영상·퍼포먼스·페인팅 등이 출품됐다. 작가는 패션 시스템과 인체라는 매체 한계를 넘어 뮤지엄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질문을 던진다. 또한, 대안적 사유(alternativethinking)를 제시해 예술적 시도를 지속하는 작품세계를 펼쳐나간다.
이번 전시 대표작인 '데오도란트(Deodorant)'는 매우 일상적인 물건이다. 작가는 데오도란트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은폐하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생에 대한 관념도산업화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을 일깨운다. 작가는 2021년 프랑스 파리 소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Lafayette Anticipation)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래 올해 베이징 엠 우즈(M Woods)에서의 전시에 이어 세번째로 서울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는 2023년 3월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뮤지엄.
▲김상소·김정인·손위혁 3인전 '카오스와 코스모스' = 라흰갤러리는 김상소·김정인·손위혁 3인전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과정 중심의 창조적 활동을 다루는 동시에 초기 조건의 혼돈으로부터 현상을 다양하게 창발하고 질서를 찾아 나가는 작가들을 조명한다. 전시는 작가들의 작업 세계가 보여주는 파장의 변형을 질서의 정도에 따라 분류한다. 이때 한쪽 끝에는 유기체의 조화가 완성된 코스모스가 있고, 다른 쪽의 끝에는 무한한 잠재성으로 충만한 혼돈의 카오스가 자리한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이러한 가상의 극단을 설정한 상태에서 참여 작가들의 작업 세계가 보여주는 변형과 이형을 두 개념 사이에 배열하며 살펴본다. 무엇이 작가들을 낯선 직조와 왜곡으로 이끌었는지를 궁리하고, 그들이 카오스로부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조형성과 내용, 그리고 회화의 매체적 특성으로 살펴본다.
김상소 작가는 사람이 매개물을 통해 전개하는 이야기와 이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매체를 탐구해왔다. 작가는 내러티브 요소로부터 조형 언어를 찾아내고, 이러한 기호들을 회화의 테두리 안에서 불균형하고 어긋나게 풀어놓거나 얽어매는 작업을 시도한다. 김정인 작가는 타의에 의한 격변을 강제하는 권력의 행패 앞에서 저항의 길을 개척하는 과업에 어떻게 작업으로 헌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는 자주 배회하던 골목의 균열 사이사이에 습기처럼 배어든 이미지들을 불러모아 그것들의 연대를 화면에 형성한다. 이렇게 응축된 이미지들은 권력의 주체, 나아가 관객에게도 쉽게 간파되기를 거부한다.
손위혁 작가는 가상의 사이버 세계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말초적인 흥미거리와 빠르게 휘발되는 이미지, 입증되지 않고 쏟아지는 정보들로부터 존재의 고립을 느꼈다. 그는 정보의 과부하가 일어날 때 픽셀이 깨지거나 일그러지는등, 궤도를 벗어나 뒤틀리고 고장이 나버린 심상을 화폭에 옮긴다.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한 형상의 이면에는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는 오늘의 풍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관객에게 고민을 던진다.
전시는 이처럼 파편들로 이루어진 카오스 같은 화면 안에서 감상자가 변화의 실상과 어렴풋한 인과관계를 감지하도록 이끈다. 얼마간 무질서하게 보일 수 있는 형태가 창조의 추동력으로 흘러갈수 있음을 파악하는 과정은 모호하고 난해해 보이는 작품 세계에 다가갈 수 있는 신선한 접근법으로 다가온다. 전시는 2023년 1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라흰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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