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금리 적금 '민낯'…웰컴 10% 이자 조건은 '하루 1만5천보'

이세미 2022. 1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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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납입한도 소액…전제조건 많아
평균적금 금리 3.70%…지속 상승
ⓒ게티이미지뱅크

저축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고금리 특판 적금 상품이 미끼성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겉으로는 높은 이자율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실제로 이를 적용받기 받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데다, 겨우 우대금리 요건을 채우더라도 납입 한도가 소액으로 묶여 있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쥐꼬리인 실정이다.


금융당국의 경쟁 자제령에 예금 금리 인상 행렬이 멈추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적금으로 향하는 가운데, 상품 선택 시 보다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10%에 달하는 금리를 제공하는 웰뱅워킹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지난 9월에 출시돼 판매 10일이 채 되지 않아 1만좌 계약을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걸음 수를 인증해 적용금리 구간을 높이는 방식인데, 건강과 목돈을 동시에 챙기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금리는 매우 높아 보이지만, 이를 모두 챙기더라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최대 10여만원뿐이란 점이다. 가입 가능 기간과 월 납입 한도가 각각 12개월과 2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이를 모두 납입하고 10%의 금리를 적용받더라도 세금을 제하고 나면 이자는 10만9980원에 그친다.


아울러 평범한 직장인이 하루 1만보 이상을 걷는 점 역시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약정기간 내 적금 납입액 6회 이상 웰컴저축은행 보통예금 계좌를 통해 이체해야 1%p가 제공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 웰뱅워킹적금의 12개월 기본 금리는 연 1%다. 10%의 이자를 받으려면 추가 금리가 필요한데, 그 조건을 살펴보면 100만보 달성 시 1%포인트(p)를 ▲200만보 3%p ▲300만보 4%p ▲400만보 6%p ▲500만보 8%p가 제공된다. 500만보를 달성하려면 한 달 30일 기준 1만5000보 가량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웰컴저축은행은 “하루 1만보 이상 걷는 고객의 경우 300만보(우대금리 4%p)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이밖에 다른 저축은행 역시 고금리 적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납입 한도가 작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적금의 목적인 ‘목돈 모으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우리E음플러스정기적금’은 12개월 기준 최고 연 8%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가입한도가 30만원 이하이며, 우리카드 신규발급 후 3개월 이내 30만원 이상 이용, 6개월 유지를 해야 한다.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반려견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JT쩜피플러스 정기적금’을 선보였다. 다만 24개월 만기로 가입해야 최대 연 4.1%까지 적용된다.


한화저축은행의 ‘라이프플러스 정기적금’은 12개월 만기 최대 4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최고 6.3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적금 가입일 이후부터 적금 만기 30일 이전까지 캐롯손해보험 자동차 보험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입해야 가능한 얘기다. 보험 가입 기간은 1년, 보험료는 30만원 이상의 신규 가입, 정기적금 만기 시까지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들의 정기적금 금리는 지속 상승세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적금 평균 금리(23일 기준)는 3.70%다. 이는 지난달 23일 3.66%보다 한 달 새 0.04%p가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2.39%)과 비교해도 1년 새 1.31%p가 인상됐다.


금융권은 이같은 추세를 볼 때 당분간 예‧적금 금리 역시 계속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은행권도 여전히 수신금리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만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상품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예금상품의 금리가 많이 올라 저축은행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덩달아 저축은행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미끼성 상품이 아닌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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