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느리지만 분명히 온다"…'업턴' 준비하는 SK하이닉스
하이퍼스케일러 투자에 서버용 시장 정조준…메모리 초격차 지속
반도체 한파가 무섭게 불어닥치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업들은 투자 축소 비중을 높이는 한편 비용절감 폭도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설비투자 축소 및 감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년 조 단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서운 '혹한기'에도 회사측은 초격차 기술 개발·수요처 발굴에 집중함으로써 '반도체 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공급 대비 수요 감소 등으로 4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년 1분기(2022년 9~11월) 매출은 40억9000만 달러(5조2500억원)로 전년 동기와 견줘 47% 급감했다. 순손실 규모는 1억9500만 달러(2500억원)에 달한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시장 수급 불균형으로 내년 수익성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설비투자를 75억 달러(9조59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120억 달러(15조3000억원)임을 감안하면 40%나 축소한 것이다.
크게 고꾸라진 마이크론의 실적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부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마이너스 6430억원이다. 전분기 1조6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2조원 넘게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혹한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적자폭은 이 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간 기준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본다. 반도체업체들이 설비 투자 축소 외에 감산, 경비절감 등에 전사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우려에 기인한다.
SK하이닉스는 다만, 업황 불황 속에서도 수익 개선 요인을 모색,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버용 D램 시장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가 지속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텔이 내달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놓는 것은 큰 호재로 진단한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고부가가치 D램인 'DDR5(Double Data Rate 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로,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DDR5의 장점은 IT업체들의 수요를 자극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버용 C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교체 수요가 클 것이라는 기대다. 경쟁사인 AMD도 지난 11월 서버 CPU 제노아(Genoa)를 내놓음으로써 DDR5 채용 기대감을 높였다.
아울러 데이터센터가 운영 특성상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서버를 쓰는 빅테크들도 제품 교체에 나설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저점을 보이는 만큼 DDR5에 대한 가격 부담이 적다는 것도 기회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는 이 같은 요인들을 반영해 DDR5의 내년 점유율이 20.1%로 DDR4를 역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3년 뒤인 2025년에는 40.5%까지 높아져 시장 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버용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관련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최고속 서버용 D램인 'MCR DIMM'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MCR DIMM은 모듈을 통해 DDR5 동작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신제품이다.
서버용 D램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서버에 탑재되는 eSSD(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 분야에서도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올 8월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를 시작으로 엔비디아, 애플 등 로직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고도화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황 반등 시기가 더뎌질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신중론'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23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의 내년 매출 규모가 5960억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3.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악화로 반도체가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 KIS 인더스트리 아웃룩' 보고서를 통해 D램은 내년 3분기, 낸드는 같은 해 4분기가 돼야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누적된 재고수준을 고려하면 낸드 업황 반등 시점은 2024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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