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세번째 英 총리...보수당 재건 과제 안고 취임한 수낵[2022후후월드⑦]
⑦리시 수낵 영국 총리
2022년은 영국 정치권에 '잔인한 해'였다. 한 해 동안 세 번째 총리를 맞는 혼돈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42세인 리시 수낵은 영국의 경제난 극복과 보수당 재건이란 과제를 안고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다우닝가 10번지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수낵은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영국의 첫 비(非)백인 총리이기도 하다.
취임 두 달을 맞은 수낵 총리는 전임 정부와 정반대의 증세 정책, 공공부문 파업 강경 대응 등으로 민심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두 명의 보수당 전임 총리가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며 떨어진 보수당의 인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낵 정부'는 지난달 17일 에너지 업체들에 횡재세를 걷고, 공공 지출을 축소해 550억 파운드(약 88조9500억 원)의 재정을 확충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트러스 전 총리는 설익은 감세 정책으로 금융 시장에 일으킨 대혼란에 책임을 지고 취임 44일 만인 지난 10월 20일 사임을 선언해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그의 전임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성 비위 의원을 감싼 '거짓말 논란' 등으로 지난 7월 사임했다.
금융인 출신으로 2015년 정계에 입문한 수낵은 2020년 존슨 당시 총리의 발탁으로 재무장관이 됐다. 하지만 존슨이 궁지에 몰리자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 "배신자"란 비판을 받았다. 또 수낵은 총리 후보 시절 자산가인 부인의 세금 납부 회피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수낵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수낵 부부의 총자산은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813억 원)에 달한다.
잇따른 논란으로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하기 위해 수낵 총리는 취임 후 전임 정부의 인사들을 대거 유임시키나 재기용했다. 철도 등 공공부문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자 "엄격한 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국정 운영은 험로가 예상된다. 영국은 저성장과 고물가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0.3%로 기존 전망치(1.2%)보다 하향 조정했다. 반면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상승했다. 설상가상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여파로 영국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유럽 내 1위 자리를 최근 프랑스에 내줬다.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은 정신적 지주를 떠나보내기도 했다.
다음 총선도 집권 보수당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1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5일 영국 성인 623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당장 내일 선거가 실시될 경우 노동당은 전체 의석수의 48%를 차지해 다수당이 되고, 보수당의 의석수는 28%에 그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직을 맡기 때문에 다수당의 지위를 야당에 넘겨주면 수낵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다만 그가 보수당 재건에 성공한다면, 실제 총선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의 국정 운영 '진짜 성적표'는 2025년 1월 치러질 총선에서 나올 전망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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