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처럼…美공항서 넉달 살다 새 주인 만난 유기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버려져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강아지가 항공사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 공항에서 지낸지 넉 달 만에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2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항공 고객센터는 올해 8월부터 저먼셰퍼드 잡종견 '폴라리스'(Polaris)를 보살펴 왔다.
폴라리스는 당시 중국에서 이 항공사 여객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여행객의 소유였으나 세관에 버려졌다.
이 여행객은 광견병 고위험국에서 개 입국을 금지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규정에 부합하는 서류가 없었고, 강아지 반입이 어려워지자 혼자 뉴욕으로 떠나버렸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졸지에 강아지를 떠안게 됐다.
CDC는 이 강아지를 중국으로 돌려보내거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당국에 넘긴다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어느 쪽도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고객서비스 책임자인 빈센트 파사피움은 "처음 제시된 선택지들은 정말 암울했다"면서 "중국으로 돌아가 안락사 되거나, 현지(샌프란시스코)에서 안락사 될 것이란 이야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들은 제3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이들은 강아지 이름을 자사의 비즈니스석 명칭인 '폴라리스'라고 짓고, 본사 대관업무팀을 통해 강아지 구명 활동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결국 다방면으로 CDC에 로비를 펼친 끝에 기존 결정을 뒤집고 4개월간의 격리 후 입국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폴라리스는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구내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 영화는 무국적 신분이라는 이유로 공항에서 수년간 벗어나지 못했던 남성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200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으로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들은 공항 사무실에 집을 지어주고 거의 24시간 폴라리스를 돌봤다. 로스앤젤레스 격리시설로 이동할 때는 비행기 1등석에 태웠고, 격리가 끝나자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동물복지 기관을 통해 새 주인을 공개 모집하는 등 지극정성을 들였다.
유나이티드 항공 직원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도 공개모집에는 35명이 지원했다.
지난주 폴라리스를 입양할 가정으로 최종 확정된 건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유나이티드 소속 파일럿 윌리엄 데일 가족이었다.
데일은 "다른 직원들이 했던 것의 절반만큼이라도 그를 잘 보살필 수 있길 바란다"면서 "최소한 한 명 이상이 '그를 잘 보살피는 게 좋을 거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동안 폴라리스를 보살폈던 직원들은 새 가정을 찾은 걸 환영하면서도 이별을 아쉬워했다. 파사피움은 "난 정말로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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