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줄만 알았는데, '대마'가 대박이었다…51조 시장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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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법 마약 인식…미국·유럽선 신산업 각광
대마(大麻)는 '두 얼굴의 식물'로 불린다. 국내에선 불법 마약으로만 알려졌지만, 대마를 난치병 치료제나 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한 미국·캐나다·EU(유럽연합) 등에선 고부가 가치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대마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식물로 꽃과 열매·섬유·줄기·잎 등 부위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480여 종 천연 화합물로 구성된 대마 대표 성분은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 CBD(칸나비디올)다.
THC는 환각 효과, CBD는 신경 안정과 항염·진통 효과 등이 있다. CBD 성분이 뇌 노화와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고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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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CBD 효능 입증…의료용 56개국 합법화
여러 연구 기관에서 대마에 함유된 CBD 성분 효능과 안전성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규제 완화와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캐나다·미국·독일·우루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6개국이다.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344억 달러(약 44조 원)로 추산된다. 2024년 51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을 찾아 서부로 몰려드는 현상을 뜻하는 '골드 러시(Gold Rush)'에 빗댄 '그린 러시(Green Rush)'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금빛이 아닌 초록빛(대마 산업)을 향해 사람과 자금이 몰린다는 뜻이다.
한국에도 '그린 러시'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개정으로 의료용 대마 제조와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다. 지자체마다 저환각성 대마인 '헴프(Hemp)' 산업화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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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특구' 안동시 선점…"35개 기업·기관 실증 사업"
현재까지 대마 산업을 선점한 지자체는 경북 안동시다. 안동시는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 지정 헴프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됐다. 2024년 7월까지 안동시 임하면·풍산읍 일대 42만1685㎡에서 의약품 제조·수출용에 한정해 대마 재배가 허용됐다. 국비·지방비 등 총 387억8500만 원을 투입, 35개 기업·기관이 대마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특구 내 사업장을 둔 유한건강생활㈜ 박현제 이사는 "헴프 특구 지정 이후 CBD(칸나비디올) 제조와 시제품 개발 분야 실증 사업을 추진해 연구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 헴프규제자유특구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위원회 2021년 운영 성과 심의 결과 3차 특구 가운데 ▶실증 착수 ▶기업 이전 ▶고용 창출 ▶인력 양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우수 특구'로 선정됐다.
전북도도 대마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북도는 전북바이오융합진흥원·군산시·익산시와 손잡고 2024~2026년 국비 등 5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산업용 헴프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용 대마 생산과 가공 체계 구축이 사업 골자다. 대마를 활용한 식품·화장품·약품·섬유 기업 유치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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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새만금에 '대마 클러스터' 조성…농진청, 의료용 분양
농촌진흥청이 전주·완주혁신도시에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농진청은 지난 5월 의료용 대마 생산을 위한 육종 기술 2건을 개발해 특허 출원을 마쳤다. 이후 해당 기술로 만든 의료용 대마 식물체를 국내 연구 기관에 분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의료용 대마 기술 표준화·산업화를 위한 자원이 없어 북미나 유럽에서 가져온 자원을 연구에 활용해 왔다는 게 농진청 설명이다. 윤영호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장은 "의료용 대마 연구는 단기적으로는 규제를 고려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 장벽이 높은 건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은 현재 대마 종자와 뿌리·줄기 사용은 허용하지만, 대마초 재료로 쓰이는 대마엽(잎)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UN 마약위원회(CND)는 2020년 WHO 권고를 받아들여 우울증 완화 등 치료 기능이 있는 헴프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국내에선 1970년대 제정한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모든 대마류를 일률적으로 규제해 헴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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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 "마약류관리법 규제 풀어달라"
이 때문에 학계에선 "대마 산업화를 위해 법적 규제 기준 정립과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대마 산업 활성화 및 관련법 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왕승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용 대마 재배는 식약처가 규제할 사항이 아니라 EU나 미국같이 농업 정책 일환으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미래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이 될 헴프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법규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김형동(경북 안동시·예천군) 국회의원은 "의료·산업 목적으로 대마를 활용하면 희귀·난치 질환자 치료권 개선은 물론 식품·화장품 시장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월 환각 성분인 THC 함유량이 0.3% 미만인 대마는 마약류에서 제외해 의료·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약류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자체 불만도 적지 않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9월 2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헴프규제자유특구는 실험만 하고 제품은 못 만들게 해 규제자유특구가 아닌 규제특구라 불린다"며 "기업이 공장을 짓고 수출용 제품이라도 생산할 수 있도록 마약류관리법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전주·안동=김준희·김정석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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