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맞은 동지... 팥죽 대신 풀빵 만들었어요 [노부부의 집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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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12월 22일이 동지(冬至)였다. 한국만 동지가 아니라 내가 사는 캐나다도 역시 같은 날이 동짓날이다. 영어로는 'winter solstice(윈터 솔스티스)'라고 부르는데, 세계 어디서든지 이 날은 중요하게 기록되는 날인가 보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은 이 날은, 선사시대에는 태양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날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는 동지를 설날로 삼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아직도,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밤이 그리 길다는 것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황진이는 이 긴 동짓밤을 춘풍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 밤에 굽이 굽이 펴겠다고 했으니, 어둡고 음습한 밤이 마냥 길어질 때에도 낭만적이고 야릇했던 모양이다. 마당에 나가서 놀 수 없는 추운 겨울에 낮이 길고 밤이 짧다면 나는 마음이 많이 안타까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동지라고 하면 바로 팥죽부터 떠오른다. 팥이 악귀를 쫓아준다 하여, 한국에서는 애동지에 시루떡을, 노동지에는 팥죽을 먹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죽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 동지가 노동지임에도 눈을 질끈 감기로 했다.
캐나다에서는 사실 이즈막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보니 먹을 것이 많아서, 뭔가 배가 부를 만한 시루떡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일단 팥은 밤새 슬로우쿠커에 삶아두었으니 뭔가 팥으로 할 만한 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방학이라 다니러 온 딸에게 뭘 먹고 싶으냐 물었더니 붕어빵이라는 답이 나왔다.
"음, 집에 붕어가 없어서 어렵겠다... 아니, 붕어빵 틀이 없어서..."
그러고 생각해 보니, 뭐 없으면 없는 대로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까짓거! 딸이 먹고 싶다면 당연히 해줘야지!
그래서 나름 머리를 굴렸다. 붕어빵 틀은 없으니 머핀틀에 할까? 아니 진짜 붕어빵 틀이 아니니 작은 게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미니 머핀틀을 꺼냈다. 반죽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팬케이크 반죽을 써도 괜찮겠다 싶었다. 다만, 찹쌀을 좀 넣으면 더 풀빵 같은 질감이 될 거 같아서, 찹쌀가루를 반반 섞었다. 찹쌀이 들어가면 붕어빵이 아니고 잉어빵이라나? 어쨌든 이건 내 마음대로 풀빵 레시피였다.
동지를 그냥 넘기기 아쉬워 만든 '풀빵'
▲ 틀 바닥에 반죽을 조금만 깔고, 팥을 올린 후에 다시 반죽을 덮는다 |
ⓒ 김정아 |
위가 반듯하지 않으니, 틀에 담은 채로 싱크대에 쾅쾅 두드려서 반죽을 가다듬어 주고는 예열된 오븐에 넣었다. 작은 반죽이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싶어서 처음에 타이머를 10분 맞췄는데, 완성되기까지 한 25분 정도 걸렸다. 들여다보니 귀엽게 부풀어 올랐다.
▲ 완성된 엉터리 붕어빵 |
ⓒ 김정아 |
완성된 것을 꺼내보니, 질감이 상당히 비슷했다. 다만 철판에 직접 대고 구운 붕어빵만큼 겉이 바삭하지는 않았다. 촉촉한 맛이랄까?
▲ 속이 약간 쫀득하면서 딱 풀빵의 질감이 나왔다 |
ⓒ 김정아 |
이렇게 해서 우리 집 동지는 팥죽도 시루떡도 아닌 엉터리 붕어빵, 아니 풀빵으로 퉁쳤다. 근데 나름 괜찮아서 또 해 먹을 것 같다. 팥이 남았으니 다음번에는 팥빙수를 해야겠다!
< 오븐 찹쌀 풀빵 만들기 >
24개 분량, 서양식 계량컵(1컵=240ml) 사용
밀가루(글루텐프리 가루) 반 컵, 마른 찹쌀가루 반 컵,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 달걀 1개, 우유 1 컵, 버터 2큰술, 설탕 2큰술, 팥앙금 1 컵 정도 (팥앙금의 단 정도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1. 밀가루, 찹쌀가루, 베이킹파우더를 먼저 섞어서 한쪽에 둔다.
2. 달걀은 젛어서 풀어주고, 버터는 녹여준다. 단맛을 희망하면 감미료를 넣어준다.
3. 액체 재료에 가루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4. 오븐을 180도로 예열하고, 미니 머핀팬에 버터를 발라준다.
5. 반죽을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팬 아래쪽에 살짝 둘러준다.
6. 그 위에 팥앙금을 떠 넣고, 그 위를 다시 반죽으로 덮어준다.
7. 팬째로 싱크대 위에 몇 번 쿵쿵 내리 쳐서 반죽이 잘 자리 잡게 해 준다.
8. 예열된 오븐에 넣고 속까지 익도록 20~25분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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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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