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가 더 좋아"…'아바타2' 유독 기 못펴는 일본
"아바타 2는 일본 포경산업 비판한 반일영화" 의견도
지난 14일 개봉해 전편에 이어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물의 길(아바타 2)'이 유독 기를 못 펴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일본이 할리우드를 어떻게 따돌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바타'의 고군분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 북미에 이은 세계 3위의 거대 영화 시장인 일본에서 자국 애니메이션의 히트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들이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고, 2위는 '스즈메의 문단속'이었다. 두 편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아바타 2'는 이 둘에 이은 3위에 그쳤다. '아바타 2'는 역대 최다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한 데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일본을 직접 찾아 영화 홍보에 나섰음에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바타 2'는 한국을 포함한 각 나라에서 현재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앞서 2009년 개봉한 '아바타 1'은 일본 역대 흥행 영화 11위에 올랐으며 약 156억엔(약 1505억원)을 벌었다.
물론 '아바타 2'와 맞붙은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도 있다. '슬램덩크'는 1990년대 잡지에 연재된 만화가 원작으로, 이후 TV 만화영화로도 만들어진 전설과도 같은 명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인공 '강백호'의 이름이 농구 천재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을 만든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에서의 할리우드 영화 인기 하락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할리우드가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인스턴트 라면을 팔고, 해리슨 포드가 기린 맥주를 마시는 등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일본 광고에 자주 등장했지만, 현재 인기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일본 광고에서 찾아보기는 힘들다"며 "이는 기업의 광고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본이 예전만큼 할리우드에 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영화 시장에서의 미국 영화 점유율은 수년 동안 하락해 왔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시작됐으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했다. 일본의 올해 흥행 상위 5개 영화 중 4개는 국내 영화이고, 할리우드 영화로는 유일하게 '탑건:매버릭'이 순위 안에 들었다.
블룸버그는 할리우드와 일본 사이의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질적 향상'을 꼽았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은 과거처럼 애니메이션을 재사용하고 에피소드마다 동일한 액션 장면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거액의 예산을 들여 수준 높게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자국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알아본 관객들도 할리우드 영화보다 자국 영화를 더 선호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블룸버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슈퍼 히어로물과 디즈니 영화의 인기 또한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해리 포터'나 '캐리비안의 해적', '겨울왕국'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내 '아바타 2'의 저조한 흥행의 원인은 이 영화가 포경산업을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아바타 2'가 일본의 포경산업을 비판한 반일 영화라며, 아바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찾아가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아바타 2'에서는 고래와 비슷한 동물 '툴쿤'을 사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 등장한 작살에 한자로 '日浦(일포)'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동양인이 사냥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일본은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한 후 상업적 포경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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