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 대박, 축포 터트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정일영 기자]
▲ 방산수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4일 오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2022 방산수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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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방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그리고 FA-50 경공격기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 등 약 124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방산수출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K-방산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국내외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K-방산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불편한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자주국방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잃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나? 그 피의 대가로 우리는 해방을 이룰 수 있었다. 나라 잃은 설움을 아는 우리에게 통일만큼이나 반드시 이루어야 할 민족의 과업이 바로 자주국방이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이 식기도 전에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루었다. 그리고 한반도 정전체제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통해 유지되었다. 식민지 경험과 분단, 그리고 전쟁의 상흔은 자주국방의 꿈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한국전쟁으로 UN연합군에 이양된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1994년에 가서야 '평시작전통제권'에 한해 이양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귀속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수와 진보 정부를 불문하고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작전통제권의 완전한 인수를 추진했지만 그만큼 내부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반쪽짜리, 아니 전시에 우리 군대를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로 남아 있다.
평화가 가져다 준 K-방산의 기회
작전통제권 환수를 통한 자주국방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반면 김대중 정부 이후 추진된 K-방산이 최근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작전통제권만큼이나 중요한 군사력, 특히 군사 무기의 성능과 국산화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의 K-방산은 육·해·공의 전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육군의 K-2 전차와 K-9 자주포, 지대지 유도미사일 현무시리즈(Ⅰ,Ⅱ,Ⅲ), 해군에서는 잠대지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3000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과 한국형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급 구축함, 그리고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며 시험비행 단계에 접어든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까지, 기술력과 함께 국산화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IT 및 제조업 기술 발전과 함께 동반성장한 K-방산은 이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K-방산의 수요는 평화의 시기에 국방력 투자에 소홀했던 국가들이 미중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안보 위기에 직면하며 폭발하고 있다. 우리 국회 또한 2020년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방위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제도화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17-2021년간 세계 방산 수출시장의 2.8%를 차지하며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이전 5년(2012-2016)에 비해 수출액이 177% 증가한 결과로 성장률만 보면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이 제외된 수치이다.
관련해서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관한 자리에서 2027년까지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5% 달성과 방산 4강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K-방산이 떠오르고 있다.
민주적 통제 없는 K-방산 수출을 경계한다
K-방산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K-방산의 성과는 분명 자주국방을 앞당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한다.
영화 '아이언맨(Iron Man)'에서 주인공이자 세계적 무기생산업체 CEO인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무기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이용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K-방산의 천문학적 수주에 모두가 흥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토니 스타크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똑같이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K-방산인가?'
K-방산은 수출을 위한 도구인가? K-방산이 만들어낸 천문학적인 수출액이면 그것이 어떻게 쓰이건 상관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살상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것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미중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가치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그러나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 또한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K-방산 또한 평화를 위한 도구여야 한다. K-방산이 침략과 테러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기의 수출에 있어 통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1. 국제평화·안전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거나 전쟁·테러 등과 같은 긴급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는 경우," "2.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로 인하여 외교적 마찰이 예상되는 경우" 방위사업청장이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발효된 무기거래조약(ATT) 또한 무기의 불법거래 및 전용에 대한 방지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규정은 매우 모호하며 불투명하다. 최근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법률로서 그 절차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마련되고 시민사회의 참여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K-방산의 성장,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 이어져야
K-방산의 성장은 우리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K-방산의 성장에 환호하기보다는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K-방산의 성장은 앞서 언급한 진정한 자주국방, 즉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로 이어져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자주국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 어떤 나라도 자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타국에, 그것이 동맹이라 하더라도 양도하길 원치 않는다. 미국 또한 전시잔적통제권의 이양이 한미동맹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임을 강조해 왔다.
결국 K-방산의 성장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기회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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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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