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점심시간] 주말에 끓인 카레의 처리에 대하여(feat. 30대 자취남)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준민 기자]
몰아닥친 한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다 보니 어느덧 오전 11시. 연말이라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잡아놓은 무수히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 한 주 였다. 주말 아침 빈 속을 채우기 위해서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며칠간 외식을 한 탓에 집에 먹을 만한 게 동이 나 있었다.
냉장고를 뒤져보지만 마시다 남은 와인과 맥주 그리고 집에서 보내주신 김치만 있을 뿐 당장 배를 채울 음식은 마땅치 않다. 싱크대 찬장에 있는 라면은 어쩐지 당기지가 않고, 이 날씨에 장을 보러 나가고 싶지도 않다.
뭔가 따듯한 음식을 갈구하며 냉장고와 냉동실을 다시 한 번 뒤져 보다가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국거리용 소고기와 푸르스름하게 변해가고 있는 감자, 푸른 싹이 이만큼 자라기 시작한 양파와 당근을 찾을 수 있었다.
반년 전 카레를 만들고 남은 고형 카레까지 있으니 이번 주말의 메뉴는 카레다. 어차피 오늘 사용하지 않으면 버릴 식재료들이기에 되도록 전부 사용해보기로 하며 집에 있는 제일 큰 솥을 꺼내 불 위에 올려둔다.
▲ 냉장고를 탈탈 털어 준비한 당근과 감자 |
ⓒ 김준민 |
▲ 냉털을 하다보니 한솥 끓이게 된 카레. |
ⓒ 김준민 |
어느 정도 양파에서 색이 나기 시작하면 준비한 소고기를 넣고 같이 볶아주다가 고기가 익은 것 같으면 물을 넣고 당근과 감자도 같이 넣어서 끓여주기 시작한다. 이때 고형 카레를 풀어 주고, 집에 향신료가 있다면 이것저것 같이 넣어준다.
▲ 면과 함께 먹는 카레우동 |
ⓒ 김준민 |
집에 남은 채소를 모두 사용하겠다는 마음으로 끓인 카레 덕분에 집안에 카레 향이 넘쳐나게 된다. 언제나처럼 카레를 만들 때면 양 조절을 잘못해서 너무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카레는 한 솥 끓여서 하루 정도 두고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들이 있기도 하다. 카레도 그렇다.
▲ 계란프라이를 올린 카레라이스 |
ⓒ 김준민 |
결국 주말 내도록 카레를 먹게 되었다. 간단하게 만든 계란프라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돈가스를 올려서 카레라이스를 먹기도 하고, 우동 사리를 삶아서 우동 카레로 먹기도 한다. 그렇게 주말 내도록 먹어도 절반 이상 남아있는 카레는 결국 소분 포장해서 냉장고와 냉동실로 직행하게 되었다.
근 몇 년간 1인 가구의 숫자가 무섭도록 증가하고 있다. 처음 자취를 시작하던 10여 년 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41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3.9%였지만 2021년에는 716만 가구로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700만 가구를 넘어섰고, 전체 가구 숫자 중 33.4%까지 늘어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다양한 간편식과 밀키트, 냉동식품 등 편리하게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1인용은 미묘하게 2인용과 가격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인지 늘 2인용 그 이상을 구매하게 된다. 머지않아서는 좀 더 저렴하게 1인 가구를 위한 식단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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