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와 저승사자는 닮았다?
저승사자도 예전 알록달록…고정관념 변화 공통점
코카-콜라·다이슨, 고정관념 창조·파괴로 대성공
산타할아버지는 오늘 밤에도 빨간 옷을 입고 오실 겁니다. 곱슬머리에 풍성한 수염의 얼굴, 빨간 모자와 빨간색 선물 보따리를 메고요.
'빨강'은 산타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색깔입니다. 그런데 산타할아버지가 원래는 빨간 옷이 아니라 검은색 옷을 입었다고 하네요. 몸매도 호리호리했다고 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어쩌다 옷도 갈아입으시게 된 걸까요.
검은 옷의 산타…빨간 옷·풍성한 수염으로 재탄생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산타할아버지의 이름은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에서 비롯됐어요. 선행을 많이 베푼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12세기에 프랑스 수녀님들은 성 니콜라스 축일 전날, 성 니콜라스의 선행을 기념하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줬다고 해요. 이 관습이 이름과 날짜를 바꿔가며 각 나라에 정착했죠.
한국에서는 산타클로스, 일명 산타할아버지라 불리는데 해외에서는 '생트 헤르(Sanct Herr)', '페레 노엘(Pere Noel)',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외모도 다양하게 그려졌어요. 굴뚝을 타고 내려올 수 있을 만큼 호리호리한 몸매의 아저씨,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요정, 사냥꾼의 외투를 두른 주교 등의 모습으로 나타났죠. 옷 색깔은 대체로 검은색이었습니다.
1930년대 이후부터 변화가 나타납니다. 기존의 다양한 모습들이 점차 통일되고, 우리가 흔히 아는 빨간 옷에 하얀 수염, 통통한 몸매의 할아버지가 산타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된 것이죠.
그 배경에는 '코카-콜라'가 있습니다. 네, 탄산음료 코카-코카콜라 맞습니다.
대공황,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를 낳다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대폭락을 겪습니다. 일명 '대공황'입니다. 코카-콜라는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뭔가 새로운 시도,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했죠.
1931년, 코카-콜라는 미국의 화가이자 광고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에게 산타클로스를 그려줄 것을 의뢰합니다.
선드블롬이 그려낸 산타는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옷과 흰 수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빨간색은 코카콜라의 로고 색상 그리고 흰 수염은 거품을 상징한 것이었죠.
그 이전에 세계 각국에 혼재하던 모습과 달랐습니다. 성 니콜라스에게 풍기는 엄숙함도 깃들어있지 않았죠.
성탄절 '익일 로켓배송'에 지쳐, 선물을 주러 간 집의 냉장고 문을 몰래 열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장난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장난을 함께 치는 익살스러운 친구 같은 모습이었죠.
달라진 산타를 내세운 코카-콜라의 마케팅은 말 그대로 초대박을 냈습니다. 산타는 코카-콜라였고, 코카-콜라는 산타가 됐던 것이죠.
창백한 얼굴의 저승사자…원래는 모습은 화려했네
검은 도포, 갓, 창백한 얼굴, 음산한 분위기. 바로 떠오르는 게 있으시죠. 맞습니다, 저승사자.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웬 저승사자냐 싶을 겁니다. 국적도 달라, 직업도 달라, 분위기도 달라, 뭐 하나 같은 게 없어 보이지만 이 둘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승사자는 원래 우리가 흔히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저승사자에 관한 옛 기록을 볼까요.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저승사자가 갓을 쓰지도 않았고, 알록달록한 관복을 입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불화에서도 저승사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장군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검은 도포의 저승사자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40여년 전 KBS에서 방영된 판타지·호러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기원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최상식 PD의 말입니다.
"이전에는 저승사자에 관한 캐릭터화된 이미지가 없었어요. 그러면 '죽음'의 한국형 이미지를 만들어내자 싶었죠. 죽음의 이미지는 새카맣잖아요. 그럼 까만 도포를 입혀보자. 그리고 얼굴은 까만색에 대비되게 새하얗게 그리자.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저승사자입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96회)
산타할아버지와 저승사자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고정관념은 고정돼 있지 않다…선점(창조)하거나 파괴하라
네, 맞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미지나 관념은, 사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죠. 고정관념은 결코 고정돼 있지 않고 변한다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은 기업 마케팅의 핵심 요소입니다. 고정관념을 어떻게 다루느냐, 고정관념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기업 흥망의 키워드입니다.
고정관념을 선점(창조)하거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거나. 성공한 기업은 그랬습니다.
코카-콜라는 고정관념을 선점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빨강, 산타라는 코드를 코카-콜라에 절묘하게 대입한 것이죠.
이와 달리 고정관념을 파괴하며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가구는 완제품'이라는 상식을 깨뜨린 기업. 이케아입니다. 'DIY(Do It Yourself)',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제품 개념을 내세웠습니다. 모두가 실패할 거라 예상했지만, 저렴한 가격과 품질로 극복했죠. 게다가 내가 땀 흘려 조립한 가구의 가치는 또 달랐습니다.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완벽하게 깨졌죠.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발명품'에 선정됐습니다. 청소기에는 먼지봉투가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도 도전했고 역시 성공했습니다.
"성공하려면 고정관념을 선점하라. 아니면 파괴하라."
2022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보따리에는 기업인을 위한 이런 선물도 담겨있었네요.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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