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감독의 흥행공식 따른 '영웅', 성공할까?
[김성호 기자]
2022년은 특별한 해다. 한국에서 안티가 없다시피 해도 좋을 역사 속 두 인물이 영화로 찾아온 것이다. 하나는 한여름을 뜨겁게 달군 <한산: 용의 출현>이었고 다른 하나가 이달 개봉한 <영웅>이다. 주지하다시피 앞의 영화는 이순신의 한산대첩을 그렸고, 뒤의 작품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룬다.
두 작품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첫째는 흔들리는 조국을 지탱하려는 군인의 서사란 점, 둘째는 이지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남성의 이야기란 점, 셋째는 도모한 일의 성취를 이룬 빛나는 순간을 다뤘단 점, 넷째는 두 이야기 모두 상대가 이웃한 나라 일본이란 점, 마지막은 두 작품이 각각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라 해도 좋을 김한민과 윤제균에 의해 만들어졌단 점이다.
▲ 영웅 포스터 |
ⓒ CJ ENM |
안티 없는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서사
<영웅>은 도마 안중근(정성화 분)의 이야기다. 김구, 유관순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독립운동가인 안중근은 1879년 태어나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 일로 사형선고를 받아 1910년 교수형을 당한다. 그의 나이 불과 서른이었다.
일본에선 테러로, 한국에선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으로 명령을 받아 감행한 암살로 보는 하얼빈 의거는 안중근 삶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35년에 이르는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운동가가 일본제국 우두머리를 처단한 역사가 이 사건 뿐이기에 한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영화 역시 이 사건을 정점으로 놓고 전개된다.
▲ 영웅 스틸컷 |
ⓒ CJ ENM |
역사를 영화화하는 JK필름의 자세
<영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안중근의 지성과 인품이 일본인 변호사를 감동시킬 만큼 출중하였고 1심 법정에서 좌중을 놀라게 할 만큼 논리가 정연하였기에 이 역시 빠뜨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는 모습이나 법정에서 당당히 이토 히로부미의 죄상을 나열하는 모습이 영화에 제법 인상적으로 담겼다.
또한 영화는 한국인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 하는 당대의 치우친 법을 안중근의 아내를 내세워 비판한다. 역사적으론 안중근에 감화된 일본인 변호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변호를 함으로써 둘 사이에 굳은 신뢰가 생겼음에도 영화는 이를 선택적으로 배제한다. 애국심을 도취시키는 뮤지컬로써 일본을 절대악으로 상정해 한민족의 애환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영웅 스틸컷 |
ⓒ CJ ENM |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로, 장단은?
여러모로 보아 <영웅>은 안중근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안중근의 이름은 잘 알지만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과정과 그 이유, 법정이며 감옥에서 보인 태도와 발언 등을 깊이 아는 이가 드물기에 영화가 승부하는 지점이 틀리지 않았다 하겠다.
한국 영화계에서 흥행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윤제균 감독은 13년째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옮겨왔다. 2009년 초연돼 13년을 이어온 뮤지컬이기에 큰 무리 없이 영화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안중근 역으로 뮤지컬에서도 그를 연기했던 정성화를 캐스팅한 것도 작품의 색채를 그대로 내고 싶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영웅 스틸컷 |
ⓒ CJ ENM |
윤제균의 흥행공식, 이번에도 통할까?
음악 역시 여타 성공한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강렬하지 않아 아쉽다. 안중근의 이야기라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안이한 접근법을 넘어서 관객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하려는 도전의식을 영화 내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단 건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만하다.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위해 숨죽인 독립운동가들이 분투한다는 단선적인 전개를 감독은 전혀 보완할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영화를 기존 뮤지컬보다 더 낫게 만드는 음악이나 영상의 차별점 역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무얼 하러 뮤지컬 대신 영화를 본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물론 예상되는 거의 모든 관객이 지지할 만한 인물을 내세워 그의 행적을 감동적으로 꾸미는 데만 집중한 선택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윤제균 감독은 이미 같은 방식으로 몇 번이나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는 흥행을 이룩했고 어쩌면 <영웅>이 그 뒤를 따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대한 많은 세대를 아우르고 대중의 감정을 고취시키는 영화를 찍어내는 그의 스타일이 오늘의 한국에서 여전히 통할 것인지, 나는 그것이 몹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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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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