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기후목표 초과기간 길면 지구 생태계 연쇄적으로 붕괴"
기후 목표가 뚫린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세계 곳곳의 생태계가 하나둘 무너지고, 이것이 연쇄적인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지구 기온 상승이 목표를 초과하면 기후 시스템 요소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 즉 임계점(tipping point)에 도달할 위험이 지금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고, 만일 이를 초과한다면 온도 상승 폭을 최소화하고, 1.5도 목표에서 벗어나는 기간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임계점 도달 가능성 분석
연구팀은 기온 한계 초과가 발생했을 때 지구 기후를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이들 기후 시스템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가 어떤 궤적을 그려야 하는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팀은 지난 2008년에 지구 기후 시스템에서 임계점을 가진 요소를 처음 제시했고, 2019년에는 15개 기후 요소 중 9개가 이미 불안정한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 착수한 것은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5도 기온 목표 달성 어려워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당시 각국이 약속한 감축안을 바탕으로 계산해도 1.7~2.6도(평균 2.1도)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지난해 8월 내놓은 제6차 평가보고서(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21세기 중반에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웃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PCC는 인류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다시 기온이 1.5도 아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일시적인' 기온 한계 초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존 열대림 등 4개 시스템 분석
이 가운데 서남극 빙상은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남극 종단산맥의 서쪽에 드넓게 펼쳐진 빙하를 말한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은 상층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흐르고 북쪽에서 차가워진 물이 하층으로 내려가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대서양의 해류를 말한다.
연구팀은 ▶지구 기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인 정점온도(2~6도, 9단계) ▶최종적으로 안정화할 때의 온도인 수렴 온도(온도 상승 수치로 0~2도, 5단계) ▶온도가 안정화하는 때까지의 기간인 수렴시간(100~1000년, 10단계) ▶각 기후시스템 요소 간의 상호작용 강도(0~1, 11단계) 등의 수치를 조합했다.
이렇게 얻어진 조합을 기후 모델에 적용, 모두 435만6000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했다.
4도 오르면 임계점 도달 74.3% 증가
정점온도 4도에서는 전체의 74.3%는 한 개 이상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정점온도가 2도에서 4도로 올라갈 때 4개 기후시스템의 반응은 달랐다.
그린란드 빙상과 서남극 빙상의 경우는 임계점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0~1만3000년인데, 이는 한계 초과가 일어나는 시간 범위(100~1000년)보다 느리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그린란드 빙상의 경우 정점온도가 2도에서 4도로 상승해도 임계점에 도달할 확률은 14%에서 16%로 조금 달라질 뿐이다.
이에 비해 빠르게 반응하는 대서양 해류나 아마존 열대우림은 임계점에 도달할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정점온도가 2도에서 4도로 상승하면, 대서양 해류의 경우 24.7%에서 50.8%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종적으로 지구 기온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화하느냐도 목표도 중요하다.
현재 지구 기온 수준으로 되돌아와 안정화한다면 임계점에 도달할 기후시스템은 4개 중 0.29개에 그쳤다.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높은 기온으로 안정화하면 1.19개, 2도 높은 온도에서 안정화하면 1.89개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기후 목표가 뚫렸을 때 한 가지 이상의 기후시스템이 임계점에 도달할 위험은 기후 목표를 달성했을 때보다 최고 72% 증가한다"고 밝혔다.
정점온도가 높고, 기후 목표를 초과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여러 개의 기후 시스템이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임계점에 이르고, 연쇄적으로 파국을 맞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점온도를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최종 수렴온도 역시 장기적으로 1.5도보다 상당히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며 "위험에 더 잘 대비하려면 수렴온도에 도달하는 시간도 200년 이하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치 뜨거운 것을 만진 사람이 차가운 귓불을 잡거나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는 것처럼 화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행동과도 같다.
지구 생태계의 '화상' 위험을 막기 위해 인류가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것처럼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해야 하고, 1.5도 이상 상승하는 기간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흥민 훈장' 그날부터 꼬였다…윤 대통령 분노 부른 '배당금의 진실' | 중앙일보
- 강제추행 기소유예 이상벽 "러브샷 맞춰준 것"…피해자는 반박 | 중앙일보
- 눈 앞에서 8세 아들 찌른 전 남친...실신한 중국 여성 성폭행 시도 | 중앙일보
- CNN "이란 사형 명단에 축구스타 올랐다…43명 처형 임박" | 중앙일보
- 오은영 "내가 아동성추행 방임? 참담"…'결혼지옥' 논란 입 열었다 | 중앙일보
- [단독] 체포동의안 앞둔 노웅래, 권성동 손 덥석 잡고 "도와달라" | 중앙일보
- 요즘 한강엔 이게 생겼다...'-22도 혹한'인데 얼지 않는 이유 | 중앙일보
- 춤 추던 중 '우지끈'…대형 싱크홀에 페루 졸업파티 아수라장 | 중앙일보
- "확진 뒤 얼굴·혀 검게 변했다" …코로나 변종 공포 떠는 중국 | 중앙일보
- '아바타2' 세계 휩쓰는데…유일하게 1위 못한 '오타쿠 나라'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