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 엇갈린 예산안 평가…파국 막은 주호영 '협상력'에는 공감

정계성 2022. 12. 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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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폭 결국 1%p에 그쳐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 50% 삭감
"尹 철학 예산에 반영 안 돼" 반응
'파국' 막고 절반 얻어낸 주호영 평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4일 새벽 우여곡절 끝에 2023년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부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설정한 두 번의 권고일(15일, 19일)까지 총 4번의 협상 불발을 거친 결과였다.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를 넘긴 것은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협상 결과를 보는 여권 내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예산과 법안이 줄줄이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됐던 법인세 3%p 인하안이 1%p로 축소된 게 대표적이다. '초부자 감세안'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던 민주당의 벽을 끝내 뚫어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예산안 합의 결과를 수용하면서도 "힘에 밀렸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도 경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며 "국민 경제가 어렵고 대외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당초 정부안에서 각각 50%씩 삭감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던 제도들이다. 예산 대부분은 인건비로 액수나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법에 없는 조직"이라며 반대했고 절반만 반영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화폐 예산은 3,525억 원이 새로 증액됐다. 지역화폐의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토착 비위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판단이었으나 이 같은 철학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과 민주당이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을 각각 50% 삭감하며 형식적으로는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당이 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대야 협상을 이끈 주호영 원내대표의 노력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여야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이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단독 수정안 의결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버티기에 한계가 있었다. 윤 대통령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수고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되기 어려워서 사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면이 너무 많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예산은 2년 뒤에 우리가 정말 절치부심해서 다수당이 돼서 민주당이 반대해도 의결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예산안 처리 뒤 논평을 통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수차례 야당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어렵게 합의에 이르렀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의석 수를 앞세운 야당의 몽니로 시기도 늦어지고 내용도 다소 아쉽지만 지난한 협상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의 우려를 알기에 더 이상 처리를 미룰 수 없었다"고 했다.


사실 주 원내대표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은 민주당의 몽니뿐만은 아니었다.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 원내대표의 협상 방식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양보만 하고 얻어오는 게 없다"는 게 요지다. 예산안 합의가 있기 전인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만난 주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특위 복귀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가 아니었다면 초유의 준예산이나 민주당 수정안 단독 의결 등 파국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는 세력이다. 파국의 책임이 야당에 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심판은 여당이 받는 것"이라며 "정치 생리를 잘 아는 주 원내대표가 야당과 당내 강경파 사이에서 중심을 잡느라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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