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㊶] ‘시골살이’ 넘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오느른’ 최별 PD가 던질 질문
“PD가 되고 나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하기도…일부러 내려놓으니 여유 생겨.”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북 김제의 4500만 원짜리 폐가를 덜컥 사버린 MBC 최별 PD가 폐가를 고치며 시골살이를 하는 과정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 ‘오느른_오늘을 사는 어른들’(이하 ‘오느른’)이 지난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었다. 김제의 고즈넉한 풍경과 시골살이가 처음인 최 PD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저 좇아가는 잔잔한 콘텐츠였음에도, 구독자 수 30만을 넘기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었다.
그리고 오는 24일, 이제 서울과 김제를 오가며 ‘오도이촌’ 생활을 실천 중인 최 PD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즌2가 공개될 예정이다.
최 PD 또한 자신이 실제로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생활을 하게 되고, 또 ‘오느른’이 큰 사랑을 받으며 시즌2까지 제작하게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오느른’은 그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해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던 차에, 이것을 콘텐츠로 기획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려보자’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된 콘텐츠였다.
“취향이 원래 좀 그랬던 것 같다. 부암동처럼 사람이 많이 없고 조용한 곳을 좋아했었다. 집을 볼 때도 오래된 빌라 같은 곳들을 위주로 봤었다. 사람이 많은 게 피곤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오느른’은 잔머리를 좀 쓰며 기획한 콘텐츠였다. 잔머리를 썼던 것 같다. 방송을 하는 PD는 촬영장에 가야 하지 않나. 그런데 시골집에서 사는 것을 콘텐츠화하면 그 시간이 곧 시골살이가 되는 것이지 않나. 거기로 출근을 하면 되니까. 회사가 오케이 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데, 허락을 해주셨다. 그렇게 시작을 하게 됐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여기까지 이어져 왔다.”
‘오느른’을 통해 웹콘텐츠를 경험하기 전에는 ‘기억록’, ‘PD수첩’ 등의 작업에 참여하는 시사교양본부의 PD였다. ‘오느른’ 또한 예능에 방점이 찍혀 있기보다는 최 PD의 일상을 카메라로 좇아가는 다큐에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느리고, 잔잔한 콘텐츠가 유튜브에서도 통할지에 대해선 걱정이 될 법도 했지만, 최 PD는 그저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느른’만의 매력이 돼 마니아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시골살이 관련 브이로그도 많이 보지만, 예쁘고, 기분 좋아지는 영상들이 많았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이 예쁠 수만은 없다. 그러면 괜히 열패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 영상은 그런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감정에 조금 솔직해지자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에 호응을 해주신 것 같다. 또 그것이 ‘오느른’의 중요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폐가 고치기, 시골살이를 넘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꿈꾸고, 또 실천 중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오느른’의 시청자는 물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답을 제시하진 못하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사례를 제시하는 것만큼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느른’이 겉으로 보이는 건 폐가 고치기, 브이로그, 인테리어지만, 사실 보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거지’라는 고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조금 더 집중을 하려고 한다. 인터뷰가 메인이 된다.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 주변 친구들이나, 또는 ‘오느른’ 구독자가 될 수도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 특색이 있다거나, 생각하는 지점들이 다르거나 그런 분들을 만나서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
최 PD 또한 이 답을 함께 찾아 나가고 있다. 서울과 김제를 오가며 생활하는 것이 물론 즐겁지만, 때로는 ‘너무 먼 곳에 집을 잡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시골생활을 하며 찾은 ‘여유’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PD가 되고 나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한 경험들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러 다 놔버렸다. 막상 그랬을 때 일이 더 재밌게 흘러가고, 느껴지는 교훈도 자연스럽게 많아지더라. 이런 걸 보면서 무슨 일이 잘됐다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좀 여유로워졌다는 걸 지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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