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가든 아들 아니라 K푸드 IP사업가”...110억 투자 유치 ‘캐비아’ 스토리 [그래도 오프라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2. 12. 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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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IP 스타트업 ‘캐비아’를 창업한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블루밍가든’ ‘붓처스컷’ ‘패티패티’ ‘투뿔등심’ ‘오스테리아 꼬또’ ‘메이징에이’ ‘로스옥’...

인기 맛집들이다. 이런 맛집은 모두 한 회사 소유다. SG다인힐이다. 맛집 하나 흥행도 쉽지 않은데 외식업 연타석 홈런을 때리는 비결은 뭘까. 이 회사 대표 이력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는 서울 압구정 고급한식당 ‘삼원가든’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미식 경험이 많았고 미국에서 유학(뉴욕대)한 후 다양한 서양식 브랜드까지 한국에 접목시킬 정도로 감각을 키웠다. 삼원가든 외에 SG다인힐을 만들어 새로운 브랜드를 잇따라 성공시키고 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사업을 시도, 또한번 대박을 노리고 있다. K푸드 IP사업이다. K푸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맛집, 메뉴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K푸드를 만화 캐릭터, 브랜드처럼 다루는 IP사업이라고 하니 좀 어렵다.

그런데 삼원가든 양념갈비 꽃살, 유용욱바베큐 연구소 직화삼겹살제육볶음, 바위파스타바 클래식 까르보나라, 볼라레 마르게리타피자 등 유명맛집 제품을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간편식, 일명 RMR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이제 좀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리하자면 K푸드 IP사업이란 한국의 유명 맛집을 ‘브랜드’로 보고 이들 이름을 딴 다양한 상품(RMR, 굿즈 등)을 만들어 유통하는 사업이다. 사업체명은 캐비아.

이미 IB(투자금융) 업계에서는 이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봐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는 이때(12월 초) 110억원을 몰아줬다. 이미 한차례 투자했던 스톤브릿지벤처스가 후속 투자로 참여했고, GS리테일, 다날, 티케인베스트먼트, 우리은행 등도 이번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박영식 대표와 일문일답.

Q. 삼원가든도 있고 SG다인힐도 있는데 캐비아를 또 창업했다.
K푸드 사업에 다양한 기회가 보여서다. 2020년에 회사를 열었는데 그때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지던 시기였다. 외식사업을 오래해 왔는데 가정간편식 시장이 열리는 걸 봤다. 그런데 그전까지 간편식은 크게 차별점이 없었다. 고객들은 직접 가지는 못해도 온라인으로나마 소위 ‘맛집’ RMR(레스토랑 메뉴 간편식) 상품을 원했다. 그래서 SG다인힐 사내벤처 형식으로 RMR 사업을 추진했다가 독립시켰다. 외식기업 경영 이력, 노하우, 셰프, 레스토랑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IP 기반 RMR 사업이 캐비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Q. 실제 사업성이 있다고 여긴 계기는
미로식당 국물 떡볶이가 대표적이다. 이 메뉴는 사실 미로식당 메뉴판에는 없다. 박승재 오너 셰프가 단골손님에게 내주던 특별식이다. 이걸 맛본 후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캐비아가 미로식당 사장을 설득해 밀키트로 출시했다. 2020년 3월 첫선을 보였는데 누적판매량이 200만개를 돌파했다. 이후 삼원가든 두툼떡갈비(매월 5만개 이상 판매 중), 모퉁이우 진한곰탕, 효뜨 얼큰 소고기 쌀국수, 레스쁘아뒤이부 어니언스프(캐비아 자사몰 판매량 1위), 국빈관 양념소갈비 등 연달아 히트상품을 양산해낼 수 있었다.
캐비아 주요 RMR 미로식당 떡볶이(캐비아 제공)
효뜨 얼큰 소고기 쌀국수(캐비아 제공)
유용욱 바베큐 직화삼겹살제육볶음(캐비아 제공)
Q, 보유한 K푸드 IP가 150개 이상이라고 하던데 어떤 게 있나.
삼원가든 IP도 실은 캐비아 소유다. 더불어 권숙수(미쉐린 2스타 한식 파인다이닝), 라미띠에(미쉐린 1스타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쁘아뒤이부(미쉐린가이드 선정 프렌치 파인다이닝), 유용욱바베큐(라이징 스타 레스토랑), 삼겹살 전문점 대삼식당 등 국내 유명 맛집이 있다. 해외 유명 셰프, 아티스트들이 방한 시 자주 들르는 대치동 고소득층 대상의 쿠킹클래스 전문이었던 우정욱 선생님의 슈퍼판의 IP도 캐비아 소유다. 해외 IP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K푸드 전도사로 잘 알려진 뉴욕 목바(mok bar)의 에스더 최 셰프, 뉴욕 맛집 ‘단지(danji)’의 김훈이 셰프도 캐비아 IP다. 앞으로 1000개 이상 IP를 확보할 예정이다.
캐비아 주요IP(캐비아 제공)
Q. IP라고 해도 당장 수익모델은 RMR 정도밖에 안 보이는데.
RMR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부터 급격히 위축된 소비, 투자 시장에서도 지난해 대비 2배의 매출 신장(3분기 누적), 110억원의 투자 유치 성공이 이를 증명해준다고 본다. 더불어 프랜차이즈(가맹) 사업도 순항중이다. 일명 ‘캐비아F’ 사업으로 명명했다. 유명셰프의 세컨드 브랜드 레스토랑을 공동으로 기획, 가맹 사업으로 전개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가정식 ‘굿손’, 홍콩식 BBQ ‘로스트인홍콩’, 에스프레소바 ‘다이브에스프레소클럽’이 이런 전략 아래 출시됐다. 이 중 첫 가맹사업화 브랜드로 선정한 브랜드가 ‘굿손’이다. 유명맛집 ‘효뜨’의 남준영 셰프와 합작해 만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다. 신용산 직영점의 경우 최근 일매출 10배 증가(30만원대에서 330만원으로) 등 뚜렷한 상승세가 보여 6개월 전부터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12월 기준 9개 점포를 열었다. 10여개 점포는 추가 계약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다. 새해에도 ‘굿손’을 필두로 후속 브랜드 직영점(e.g. 치킨, 타코, 한식 등) 개설 후 가맹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가맹점 60개 이상 운영 브랜드를 3개 이상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사업도 준비 중이다. 매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식자재(RMR 제조 위한 원재료,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식자재) 수요도 증가한다. 이를 내재화해서 부가 수익을 올리려 한다.
Q. IP를 활용한 부가사업은 뭐가 있을까.
인기 셰프, 레스토랑은 연예인 사업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굿즈 사업이다. 셰프가 방송 등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면 캐릭터화가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굿즈 제작, 판매가 가능하다. 캐비아 IP는 아니지만 금돼지식당이 TBJ와 옷, 대구1988과 이불 컬래버 상품을 내놨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캐비아도 미쉐린2스타 한식 파인다이닝 ‘권숙수’의 도마와 같은 셰프의 식기류 등 다양한 제품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RMR의 B2B(기업납품)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삼원가든 떡갈비 대기업 구내식당 납품이 대표적이다. 인기 RMR의 부가 상품 개발 사업도 있다. 미로식당 국물떡볶이의 전용 소스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는 식이다. 이처럼 IP 기반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캐비아 주요 사업모델(캐비아 제공)
Q. IP사업도 약점, 위기가 있을 수 있을 텐데.
그렇다. 한국 외식 시장의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신상품의 수명이 짧아서 끊임없이 연구, 개발, 신상품을 출시해내야 한다는 점은 도전 과제다.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그만큼 저가 저품질 간편식도 많이 양산됐다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간편식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 캐비아의 고품질 IP 기반 RMR마저 도매급으로 평가절하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브랜딩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Q. 이번 투자유치 자금을 어디에 쓸 예정인지? 앞으로의 포부는.
RMR 신상품 출시 확대를 위한 원재료비, IP들의 세컨드 브랜드 레스토랑 공동 출시를 위한 점포 개설 비용, 캐비아 얼라이언스 프로그램, 통합몰 개발에 쓸 것이다. 캐비아 얼라이언스란 IP들과의 연합체로서 VVIP 예약 등 독점적 혜택을 제공할 통합멤버십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캐비아 소속 레스토랑에서 포인트 적립 후 다른 캐비아 소속 레스토랑에서 쓸 수 있다. 유용욱바베큐연구소와 같이 몇 달 이상 예약이 밀린 레스토랑의 특정 시간대를 확보, VVIP에게는 특별 예약도 해주는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IP 마케팅, 컨설팅에 활용하면서 수익화를 극대화할 것이다.

포부? 정말 실력 있고 의지도 있는 셰프들이 캐비아를 통해 국내외에서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고 인정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한 다양한 수단으로서 RMR, 세컨드 브랜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 캐비아 얼라이언스 프로그램 등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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