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특권 안 돼" 성탄절이 빨간날이 아닌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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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서구 문화권부터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매년 12월 25일 성탄절은 명절로 기념된다.
국내에서도 국경일만 적용됐던 대체공휴일 제도를 성탄절까지 확장하자는 논의가 나올 만큼 그 위상이 높다.
물론 중국, 이스라엘 등 성탄절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나라들도 여전히 다수 있으나, 이런 나라들은 이념적·종교적인 이유가 명확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일본의 사례는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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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부터 공휴일 지정한 韓과 대조적
미국·유럽 등 서구 문화권부터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매년 12월 25일 성탄절은 명절로 기념된다. 국내에서도 국경일만 적용됐던 대체공휴일 제도를 성탄절까지 확장하자는 논의가 나올 만큼 그 위상이 높다. 그러나 이런 세계적인 명절을 그저 평일로 보내는 나라도 있다. 우리의 이웃 국가인 일본이다.
한국은 대체공휴일 지정까지 됐는데…日선 평일인 성탄절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전 국민의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을 석가탄신일·성탄절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탄절은 주말인 일요일이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대체공휴일을 적용할 수 있지만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는 공휴일은 설·추석 등 명절, 삼일절·광복절·개천절·한국날 등 국경일이다. 성탄절도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크리스마스가 가지는 의미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성탄절은 여전히 평일이다. 물론 중국, 이스라엘 등 성탄절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나라들도 여전히 다수 있으나, 이런 나라들은 이념적·종교적인 이유가 명확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일본의 사례는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종교 특권 안돼" 헌법 때문
왜 일본에선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우선 일본은 기독교 신자가 전체 인구 대비 약 0.8~1%에 못 미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성탄절이 평일에 머물러 있는 것은 비단 기독교의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헌법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국 헌법' 제 20조를 보면, 일본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지만, 동시에 "어떤 종교 단체든지 국가로부터 특권을 받거나 정치상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독교 문화권의 행사인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면, 마치 기독교에만 정부가 특권을 부여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현재까지 성탄절을 평일로 대우하고 있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일본 민간 사회는 성탄절을 특별한 이벤트로 취급한다. 매년 성탄절마다 일본인은 미국계 치킨 브랜드 'KFC'에서 통닭을 시켜 먹거나, 생크림과 딸기로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한다.
국내선 광복 후 4년 만에 공휴일 지정
이런 배경은 국내와는 대조된다. 한국에서 성탄절이 공휴일로 지정된 해는 1949년이다. 당시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제정, 매년 12월25일을 "기독탄신일"로 명명, 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기독교 신자 인구는 약 3%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특별 대우'를 받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1973년, 한 변호사는 정부 총무처 장관을 상대로 '부처님 오신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석가탄신일을 그대로 두고 성탄절만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종교 차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은 끊임없는 공방 끝에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결국 1975년 국무회의에서 석가탄신일의 공휴일 지정이 확정됐다. 이후 한국에선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이 동등한 공휴일로 대우받고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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