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곧 개성” ‘나’에 집중하는 청년들 [지금,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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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랑(27·직장인)씨는 얼마 전 아기자기한 소품을 잔뜩 샀다.
새로 산 휴대전화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다.
커스텀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즈 제작 사이트는 Z세대들에게 인기다.
자체 디자인으로 에코백을 제작한 박모(26·대학생)씨는 "디자인이나 프린팅을 내가 고를 수 있는 게 좋다"면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 갖고 있는 가방을 만들었다"며 흡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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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랑(27·직장인)씨는 얼마 전 아기자기한 소품을 잔뜩 샀다. 새로 산 휴대전화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다. 최근 휴대전화 꾸미기, 일명 ‘폰꾸’가 인기를 얻고 있다. 투명 폰 케이스 안에 여러 스티커를 넣고 레진을 활용해 소품을 붙이는 식이다. “아직 꾸미기 초보”라는 김씨는 다양한 디자인을 찾아보는 재미에 빠졌다. 그의 목표는 “내 눈에 가장 예쁜 케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1990년대를 강타한 X세대의 패션이 2020년대의 주류가 됐고,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밀레니엄 세대의 아기자기한 감성은 오늘날 ‘뉴트로’로 재탄생했다. 이 같은 감성을 흡수한 Z세대는 이제 취향을 직접 만든다.
청년들은 주류문화를 좇지 않고 스스로 비주류를 자처하며 개성을 찾아간다. Z세대의 비주류화는 커스터마이징(자체 제작)을 통해 이뤄진다. 가방에 인형이나 배지 등으로 개성을 표현하거나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식으로 미감을 드러낸다. 지비츠(크록스에 부착하는 액세서리)를 꽂아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신발 크록스 역시 인기다. 과거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스티커, 그림 등을 통해 내지를 장식하는 것에 그쳤다면, 요즘 ‘다꾸’는 6공 다이어리에 원하는 내지와 커버를 끼워 나만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식으로 진화했다.
Z세대가 주도하는 커스터마이징은 거대한 문화현상으로 떠올랐다. Z세대에게 인기인 ‘다꾸’는 SNS 태그량만 각각 208만 건, 355만 건(23일 오후 기준)을 기록했다. 온라인상에는 ‘프꾸’(프로필 꾸미기), ‘사꾸’(사진 꾸미기), ‘홈꾸’(휴대전화 홈 화면 꾸미기) 등 ‘셀꾸’(스스로(셀프) 꾸미기) 관련 게시글이 넘쳐난다.
시장은 이런 수요를 발 빠르게 따른다. 기업들은 제품 디자인을 폭넓게 출시하거나 여러 조합을 배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휴대전화를 출시할 때마다 브랜드들과 협업해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 케이스를 선보인다. 아이폰 홈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는 한 애플리케이션은 최근 누적 사용자 3200만 명을 돌파했다.
청년들은 왜 ‘셀꾸’에 열광할까. SNS에 ‘다꾸’ 계정을 운영 중인 최모(24·대학생)씨는 만족감을 이유로 들었다. 최씨는 “100%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가 없어 ‘다꾸’를 시작했다”면서 “취향을 그대로 반영해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셀꾸’는 개성 표출의 수단이기도 하다. 커스텀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즈 제작 사이트는 Z세대들에게 인기다. 자체 디자인으로 에코백을 제작한 박모(26·대학생)씨는 “디자인이나 프린팅을 내가 고를 수 있는 게 좋다”면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 갖고 있는 가방을 만들었다”며 흡족해했다.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주인공을 따라 하는 캐릭터 손민수가 하나의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은 건 개성을 중시하는 심리의 연장선이다.
취향 전시는 자기 효능감으로 이어진다. 원하는 대로 꾸미고 완성하며 성취감을 느껴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커스터마이징은 존재감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한다”면서 “사회적 성공보다 쉽게 자긍심을 고취하는 수단인 것”이라고 짚었다. 커스터마이징 열풍 이면엔 시대 배경이 있다. 노력만으론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즐비한 사회에서, 청년들은 개성을 추구하며 자존감을 높인다. 정 평론가는 “양극화가 뚜렷한 시대 배경은 커스터마이징 열풍과 맞닿아 있다”면서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원동력을 얻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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