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세계 휩쓰는데…유일하게 1위 못한 '오타쿠 나라' 왜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비족이 강백호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1위로 등극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 일본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영화가 유독 일본에서는 수년째 맥을 못 추고 있다"고 보도하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 주말 일본 박스오피스 1, 2위는 각각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 이하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차지했다.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3일 개봉한 '슬램덩크'는 3주 연속 1위로 보름 만에 40억엔(약 386억원)가량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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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깜짝 선전 아니다"...최근 할리우드 영화 인기 줄어
단지 '슬램덩크'의 깜짝 선전이 아니다. 일본 극장가에서 미국 영화의 수익은 최근 몇 년째 하락 중이다. 수퍼히어로 블록버스터도 '어벤저스' 시리즈 이후로는 시들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시 '겨울왕국' 이후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덩달아 할리우드 배우들의 인기도 줄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80~90년대 일본 대중문화 중심에 있던 할리우드 스타들을 이젠 광고판에서 볼 수 없다"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라멘을 홍보하고 해리슨 포드가 기린 맥주를 마시던 시절은 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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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원 규모 시장"...양과 질 압도하는 고품질 애니메이션의 힘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선 애니메이션이 영화업계의 전통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2000년대 초부터 약 10년 동안은 침체기였다. 경기 침체와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 업계 내부의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부터 수출이 활발해지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하며 활기가 돌기 시작해 다시 투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고예산·고품질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규모로 나왔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일본에선 한 해 330편 넘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4200억엔(약 23조원,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30배가 넘는다. 해외 시장은 1조 2400억엔(약 12조원)에 달한다.
덕분에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수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흥행 영화 상위 5개 중 4개 작품이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선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 감독)'만 5위 안에 들어 체면치레했다.
그러나 콘텐트업계 투자가 너무 애니메이션에만 집중되고 있단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흥행 압박 때문에 망가(만화)로 '보증'된 영화만 제작되는 경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슬램덩크' 역시 1990년부터 잡지에 연재돼 세계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 원작이다. 재팬타임스는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등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 않는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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