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구인공고…와인 입맛 높아지며 소믈리에 몸값 올랐다

유지연 2022. 12.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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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믈리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최근 외식업계와 유통업계에서 소믈리에 등 주류 전문가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나오는 얘기다. 와인·위스키 등 고급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문가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그만큼의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한 외식업체가 ‘연봉 1억’을 내세우면서 소믈리에 모집에 나섰다.

최근 고급 주류 수요가 폭발하면서 외식 업계는 물론 유통업계서도 소믈리에 등 전문 인력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 hermes-rivera by unsplash

고급 와인 취급 업장 늘어


지난 9일 외식 기업 ㈜오픈은 SNS에 ‘소믈리에 모집 공고’를 올렸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일판’과 ‘도쿄등심’ ‘암소서울’ 등을 운영하는 외식 업체로 내년 파인다이닝 업장을 추가로 낼 계획을 알리면서다. 눈에 띄는 문구는 ‘연봉 1억.’ 3500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 기존 초보 소믈리에 연봉의 약 3배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외식기업의 소믈리에 모집 공고. 사진 잡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소믈리에는 와인을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사람이다. 포도의 품종·원산지 등 와인에 대한 지식은 물론, 와인의 보관·유통·판매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일부 파인다이닝 업장이나 고급 호텔 정도에서나 소믈리에를 찾았다.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한정적이던 소믈리에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과거 소믈리에같은 전문가까지는 필요 없던 외식 업장에서도 소믈리에 구인에 나서고 있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손님들이 와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일반적 수준으로는 접객이 힘들 정도”라며 “객단가 높은 고급 업장이라면 소믈리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백화점·마트·편의점도 모시기 전쟁


소믈리에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물론 편의점 같은 새로운 고급 주류 유통처가 생겨나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헤드 소믈리에 출신인 경민석 소믈리에에 이어 지난 9월에는 최준석·한희수 소믈리에를 추가로 영입했다. 모두 각종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베테랑 소믈리에들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과 9월, 베테랑 소믈리에 3인을 영입했다. 왼쪽부터 최준선, 한희수, 경민석 소믈리에. 사진 롯데백화점

유통업체서 소믈리에를 영입하는 이유는 와인 상품군의 전문성 확보다. 이들은 소믈리에이자 주류 전문 상품기획자(MD)로 와인 수입과 판매, 마케팅 등 와인 전반에 관여한다. 과거에는 수입 업체서 가져다주는 대로 유통만 했다면, 이제는 유통업체들도 경쟁하다 보니 단독 상품 등 차별화한 와인 콘텐트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는 와인 매출이 극적으로 성장하는 등 사업성이 좋다는 판단에 따른 투자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9월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안되면 양성이라도...


주요 와인 유통처로 급부상한 편의점서도 주류 전문 인력 확보에 힘주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춘 주류 상품기획자(MD) 두 명을 확보, 와인 상품 확보에 나섰다. CU는 올해 조직 개편을 하면서 기존 음용 식품팀에 속해있던 주류 상품기획자(MD) 인력을 따로 빼 ‘주류 TF팀’을 만들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12월 와인숍 ‘보틀벙커’를 내면서 전문 와인에 특화한 인력을 구성했다. 팀장을 비롯해 팀원 다수가 와인·주류 전문자격증 WSET(Wine&Spirits Education Trust)를 소지했다.

최근 주요 고급 주류 유통처로 떠오른 편의점에서도 전문 인력 수요가 높다. CU의 시그니처 와인 브랜드 '음(mmm!)'을 소개하고 있는 모델. 사진 CU


관련 업계서도 좋은 소믈리에 양성에 적극적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올해 처음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를 신설하고 ‘모수’의 김진범 소믈리에를 선정했다. 호주 와인업체 아콜레이드는 지난달 국내서 첫 ‘영 소믈리에 어워즈’ 프로그램을 진행, 20여명의 젊은 소믈리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고급 주류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한때 셰프들의 몸값이 올라갔듯 지금은 좋은 소믈리에가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최상의 고객 서비스(CS)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소믈리에 수요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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