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좋아하면 울리는 알람… “사랑엔 경계가 없죠”
‘띠리링’
누군가의 알람이 울렸다. 한 여자가 거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어디선가 울린 어떤 남자의 스마트폰 알람. 이 여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알람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웨이브 오리지널 연애 서바이벌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좋알람)은 로맨스 판타지 웹툰의 실사판 예능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린다는 웹툰의 판타지적 설정을 현실에 가져왔다. 8명의 일반인 참가자는 제작진이 자체 개발한 ‘좋알람’ 앱이 깔린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알람이 울리면서 하트 갯수가 쌓인다. 이들은 호텔에서 합숙하면서 계속 서로의 마음을 추리한다. 마지막에 탄생한 커플 중 누적 하트 수가 가장 많은 커플은 상금 1000만원을 갖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하트를 누구에게 줬는지 들키면 많은 하트를 받기 어렵다. 적절히 마음을 숨기고 때론 하트를 더 받기 위해 ’어장 관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연애도 하고, 하트도 많이 받아야 하는 만큼 출연자들의 ‘셈법’은 다른 연애 예능보다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누가 자기에게 하트를 줬는지 추리하거나 알람이 들키지 않는 방법을 터득해가면서 심리 싸움이 치열해진다.
‘좋알람’ 1, 2화(9일)가 방영된 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웨이브 사옥에서 ‘좋알람’을 연출한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를 만났다. 그는 “주변에서 ‘새롭다’,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첫 방영 소감을 전했다.
김 CP는 최근 웹툰·웹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아지자 예능에 접목하면 어떨지 생각했다. “우리(카카오)가 가진 지식재산권(IP) 중에 예능화할 수 있는 걸 봤더니 ‘좋알람’이 첫 시작으로 괜찮을 것 같았어요.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웹툰을 현실에 옮겨오는 건 쉽지 않았다. 우선 좋아하면 울리는 알람이 실제 구현되도록 만드는 것부터 일이었다. 마침 김 CP는 공대 출신이어서 IT 계열에 종사하는 친구가 많았다. 친한 이들에게 자문을 구해가며 전문가들과 자체 앱을 개발했다. 김 CP는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서 펜션에서 앱을 작동해보는 등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 봤다”며 “내가 한 프로그램 중에 준비 기간이 가장 길었다. 6개월 이상 시뮬레이션을 하고 또 했다”고 회상했다.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린다’는 설정 자체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10m를 정밀하게 측정하기조차 까다로웠다. 위성항법장치(GPS)를 기준으로 하면 오차범위가 10m를 넘어갈 수 있었다. 제작진은 촬영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는 새로운 기술을 응용했다.
‘좋알람’은 호감을 표하는데 남녀의 구분이 없다. 남성 출연자도 남성에게 호감을 표하고 묘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러브라인을 예측하기가 배로 복잡하다. 김 CP는 “‘좋알람’ 시스템 자체가 나이나 직업,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걸 의미한다는 원작의 의의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전했다.
출연자들이 합숙하는 ‘좋알람 호텔’은 섭외부터 쉽지 않았다. 좌우로 10m 이상의 거리가 확보돼야 알람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었다. 촬영장은 거실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 15m씩 총 30m 폭의 장소로 섭외했다. 식당에 있다가 거실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릴 수 있다. “공용공간이 반경 10m보다 큰 곳이 어디인지 정말 많은 건물을 뒤져봤어요. 원작에선 산장이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그런 산장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지금 촬영장을 찾았는데 사실 여긴 원래 레스토랑이에요. 거실처럼 개조해서 길이가 30m 정도 되게 만들었죠.”
우승 커플에게 주는 상금을 1000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좋알람’이 연애 프로이면서 동시에 서바이벌인 것은 이 상금 때문이다. 출연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곳에서 진짜 사랑을 찾을 수도 있고, 커플이 되기보단 하트를 많이 받아서 상금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김 CP는 “짝이냐, 상금이냐를 고민하게 될 만한 액수가 얼마일지 생각하다가 두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기 딱 좋은 금액인 100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실제로 1000만원을 노리고 어장관리를 대놓고 한 사람도 있고, 상금에 개의치 않고 자기 마음에 직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관전 포인트”라며 미소를 지었다.
‘좋알람’은 웹툰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고, 넷플릭스에서 만든 동명의 드라마도 마니아층이 있다. 예능이란 새로운 포맷이지만 기존 팬덤이 원작에서 사랑하는 부분은 대부분 살렸다. “원작의 주제의식은 사랑에는 경계가 없다는 거잖아요. 서로 좋아하게 되는 것 자체가 기적 같다는 메시지를 예능 안에서도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김 CP는 ‘예능 PD로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표현했다. 모든 설정이 만화적인 요소였고, 일반적인 예능 문법과 아예 달랐다. ‘좋알람’ 시스템 외에 등장하는 ‘외판원’도 만화적인 연출이었다. 외판원은 출연자들에게서 하트를 받고, 데이트에 필요한 카드를 판매한다. 카드를 구입한 출연자들은 호텔 외부에서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여러 설정을 심어놨지만 결국 김 CP는 연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설렘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보는 사람도 두근두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에 공을 들였다. 이렇게 ‘말랑말랑’한 프로그램은 그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MBC에서 ‘진짜 사나이’를 연출하며 이름을 알린 김 CP는 “남성적이고 선 굵은 프로그램을 하다가 연애 프로그램을 하니까 재밌다”고 말했다. 일반인 출연자를 섭외한 건 처음이라면서 “일반인들이 솔직하게 본인을 표현하고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신선했다”고 덧붙였다.
2019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한 김 CP는 ‘내꿈은 라이언’ ‘머선 129’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는 ‘좋알람’ 외에도 웹툰, 웹 소설을 예능화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예능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예능에서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를 묻자 “더 새롭고, 더 재밌는 걸 원하니까”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못 봤던 재미를 주고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웹툰, 웹 소설의 상상력을 가져와야죠.”
스토리 라인이 있어야 출연자의 몰입감도 훨씬 깊어진다고 부연했다. “‘좋알람’ 앱에 몰입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좋아하는 감정이란 어떤 거지?’ 하는 철학적인 의문까지 던지더라고요. 나중에는 한 출연자가 ‘남의 마음을 아는 건 별로 좋은 게 아니구나. 알람이 없는 세상이 더 좋은 것 같아’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김 CP는 “내가 2004년부터 예능 PD를 했는데 메인으로 연출했던 프로그램 중 ‘좋알람’이 가장 재밌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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