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능한 정치가 만들어낸 ‘어정쩡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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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 끝에 여야가 23일 합의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은 그 색깔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민간 경제의 활력을 키우려는 윤석열정부의 구상은 상당 부분 후퇴했고, 재정 위주의 경제를 운용하던 문재인정부의 관행이 거대 야당에 의해 끼어들었다.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기묘한 동거'라고 불러야 할 예산을 갖고 경제 위기가 한층 심각해질 내년 나라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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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 끝에 여야가 23일 합의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은 그 색깔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민간 경제의 활력을 키우려는 윤석열정부의 구상은 상당 부분 후퇴했고, 재정 위주의 경제를 운용하던 문재인정부의 관행이 거대 야당에 의해 끼어들었다. 당초 정부안은 기업 활동과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3% 포인트 낮추는 거였는데, 이를 부자감세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닥쳐 과세표준 구간별로 1% 포인트씩 인하하는 선에서 그쳤다. 반면 지역화폐 예산 3500억원, 공공임대주택 예산 6600억원 등 정부안에 없던 재정 지출 항목이 민주당의 요구액을 절반쯤 깎은 채로 새롭게 반영됐다. 여야 입장이 갈린 쟁점 항목마다 이렇게 중간선에서 타협을 택한 탓에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예산이 됐다. 민간의 활력을 기대하자니 뭔가 부족해 보이고, 재정의 역할에 의지하자니 충분치 못해 보인다.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기묘한 동거’라고 불러야 할 예산을 갖고 경제 위기가 한층 심각해질 내년 나라 살림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예산안을 만드느라 법정 처리 기일을 21일이나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가장 늦었다. 최악의 상황인 준예산 사태로 치닫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기계적 타협에 그친 결과물은 정치의 부재, 정치의 무능을 웅변한다.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면 이런 예산이 나왔을 리 없다. 정치가 경제에 해악을 미친 사례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거대 야당의 행태는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했다. 아직도 정권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헌법은 예산안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는 심의해 감액만 할 수 있도록 했다. 편성권을 오롯이 정부에 준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쪽의 정책 기조를 훼손하진 말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마치 집권당이라도 되는 양 예산의 골격까지 입맛대로 주무르려 들었고, 거대 의석의 힘을 앞세워 그것을 밀어붙였다. 결과를 책임지지 않을 거면서 정부의 정책 수단에 자신의 이념을 덧입히려고만 했다. 견제를 넘어 국정을 방해하는 행태였다. 그래도 최종적인 책임은 여당의 몫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제대로 일하도록 뒷받침하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 탓으로 넘길 수 없다. 대립하는 상대를 설득해 일이 되게 만드는 정치력을 여당이 충분히 갖추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진지한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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