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 한선화가 지금 한껏 흥이 오른 이유!

이마루 2022. 12.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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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처녀들2로 돌아온 한선화의 흥이 넘치는 순간. 선화의 춤과 노래

Q : 어느새 창밖은 겨울이네요. 마침 얼마 전 영화 〈창밖은 겨울〉이 개봉했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나요

A :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겨울의 감성적인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요. 〈창밖은 겨울〉을 찍으면서 아름다운 겨울을 난 것도 한몫했죠. 촬영을 진해에서 진행했는데, 온화하고 치장되지 않은 서정적인 곳이었거든요.

Q : 두 번째 영화죠.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라 마음에 남은 것도 있나요

A : 2021년에 개봉한 첫 영화 〈영화의 거리〉와 사실 같은 해, 같은 계절에 열흘 정도 차이를 두고 촬영했어요.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느라 불안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더 잘 담아내려는 스태프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끈끈한 동지애와 촘촘한 사명감이 기억에 남아요.

원피스와 안경은 모두 Gucci. 부츠는 Sportmax. 이어링은 Arket. 링은 HaimexAmondz. 가방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촬영 후 3년이 지난 2022년 겨울에 영화관에 걸렸어요. 배우들에게는 조금 다른 시간이 흘러요. 과거의 내가 현재로 소환되지만 필름 속의 인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요

A : 관객과의 만남이나 무대 인사에서 제 시간이 개봉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빨리 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지금처럼 바라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도 관객이 된 것처럼 혹은 책 한 권을 펴보듯이 볼 수 있는 건 오히려 좋아요.

Q : 매표원이자 유실물 보관소를 관리하는 영애는 유실물을 맡긴 사람이 누군가 물건을 찾으러 왔는지 묻자 “원래 버리고 싶은데 잃어버린 척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말해요. 영화 초반에 나오는 이 대사를 듣고 영애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A : 사람들은 본인의 경험으로 상황을 판단하잖아요. 영애도 본인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살았는데, 남자 주인공 석우가 유실물은 반드시 잃어버린 거라고 고집 부리는 걸 보면서 호기심을 느껴요. 도대체 저 뚝심 있는 믿음이 뭘까?

Q : 단정한 단발머리에 수수한 옷차림, 일하다 틈이 나면 조용히 담배 한 대를 피우는 여자. 배우 한선화에게서 쉽게 그려지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A : 김종관 감독님의 작품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TV에서는 〈구해줘 2〉의 고마담이나 〈신의 선물 – 14일〉의 제니처럼 화려하거나 장르적인 인물을 자주 연기했지만요. 드디어 해보고 싶었던 대본이 온 거죠(웃음).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게 새로운 역할에 몰입하기에 아주 좋은 시작점이 되기도 했고요.

톱과 스커트는 모두 Emporio Armani. 슈즈는 Sergio Rossi. 이어링은 Ms.Green. 네크리스는 Vivienne Westwood. 글러브는 Bell & Nouveau.

Q : 방금 역할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그리 큰 일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어요(웃음)

A : 감독님께서 탁구를 쳤던 영애가 단발머리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셨는데, 제가 생각해도 영애는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납득이 되면 뭐든 할 수 있는데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 좀 치열해요.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 대본을 받았을 때도 너무 재미있고, 인물 모두가 개성이 뚜렷해서 좋았어요. 그런데 지연이만 현실에 없는 인물 같은 거예요. 만화 캐릭터가 아닌 지구(정지은)와 소희(이선빈) 옆에서 이질감 없이 있을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해 고생 좀 했죠. 겉옷을 바꾸는 것보다 내 안의 감각을 인물에 녹여내 새로운 연기를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지만 성취감은 몇 배나 크니까요.

Q : 어릴 때 탁구 좀 쳤던 영애를 연기하기 위해 탁구도 배워야 했고요

A : 신기하게도 집 바로 앞에 탁구장이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 뽑아서 탁구장 가는 루틴이 되게 좋았어요. 탁구공이 굉장히 예민해요. 살짝만 각도가 벗어나도 완전 다른 곳으로 가버리거든요. 결국 마음과 직결돼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어요.

Q : 〈창밖은 겨울〉은 평범한 하루가 모여 내일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시간의 힘을 말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이 영화의 어떤 면을 가장 좋아하나요

A :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 영화만이 뽐내는 색깔이 있어요. ‘휴식’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재킷과 브로치는 모두 Bell & Nouveau. 이너로 입은 베스트는 Giorgio Armani. 스커트는 Leje. 슈즈는 Rachael cox. 이어링과 네크리스는 모두 1064 Studio. 워치는 Vintage Rolex by Beantique.

Q : 예전 기사 제목이 ‘소처럼 일한다’더군요(웃음)

A : 한선화라는 사람을 TV 매체에서는 대부분 알고 있지만, 영화 관계자분들 시야에 들어갈 일이 없었어요. 연극영화과에서 다시 배워볼까 고민할 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던 중에 좋은 기회와 닿으니 쉬고 싶어도 놓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 인터뷰를 마치면 당분간은 진짜 쉬어요(웃음)!

Q :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교토에서 온 편지〉도 배경이 마침 부산이네요

A : 지금도 엄마랑 통화할 때 사투리를 쓰는데, 드라마 하면서 한 번도 사투리 연기를 한 적이 없어요. 영화에서는 벌써 세 번째지만요. 사투리는 억양도 중요하지만 뉘앙스를 따라잡기가 힘든데 기본기가 있으니 너무 편했죠.

Q : 부산 출신 감독이 서울에서 사는 동안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여기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서울에 막 도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A : 엄마랑 삼겹살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너무 비싼 거예요. 나와서 다른 가게에 갔는데도 다 비슷해서 서울 물가를 체감했죠. 매니저님 차를 타고 강변북로를 지나는데 너무 예뻐서 뉴욕 같다고 말했다가 내내 놀림당한 적도 있어요. 작고 허름해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실 때 KTX 왕복 비용을 충분히 버는 게 목표였어요.

글리터 터틀넥은 Isabel Marant. 재킷은 Blumarine. 이어링은 Lost in Echo. 링은 Arket. 헤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영화 속에서 혜영은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요. 집이 그리울 때 안정을 주고 지탱이 되는 것이 있다면

A : 전 무조건 집으로 가요. 그리고 힘들다고 해요. 조카의 순수하고 평안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요.

Q : 〈술도녀〉도 시즌 2까지 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연이는 어땠나요

A : 지연이 유방암에 걸리는 걸로 끝나서 시즌 2부터는 텐션이 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막상 대본을 받아보니 작가님께서 오히려 지연이다움을 잃지 말라는 어떤 메시지를 써주신 것 같았어요. 시즌 1은 왁자지껄 술 마시는 에피소드가 중심이었다면, 시즌 2는 각 인물의 서사 중심으로 펼쳐지는 점이 좀 달라요.

Q : 두 여자와의 호흡도 여전할 테고요

A : 혼자 대본을 읽는데 그들의 음성이 들리더라고요(웃음). 저희 셋의 케미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로 등장하는 개성 강한 인물들도 유심히 봐주셨으면 해요.

Q : 예고편을 보니 벌써 전설이 될 장면이 많던 걸요. 고르고 골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A : 산속에서 찍은 1 · 2회에 최고의 장면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패러글라이딩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딱 한 번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감정신은 상공에서 찍을 수 없어 크로마키 배경으로 찍은 다음 CG 처리를 했고, 나머지는 그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건 거죠. 뭐라도 더 건질 수 있을까 해서 감독님께 부탁해 고프로를 들고 탔어요. 나중에 보니 지구랑 소희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은지랑 선빈이라고 본명을 부른 게 찍혀 있더라고요(웃음). 그 장면은 못 썼지만 다른 장면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서 정말 뿌듯했어요.

드레스는 Bottega Veneta. 슈즈는 Loewe. 이어링과 링은 모두 Ms.Green. 글러브는 8 by Yoox.

Q : 〈술도녀〉를 통해 얻은 것 중에서도 좋은 동료를 얻은 일이 손에 꼽힐 것 같아요. 언제 사람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나요

A : 연기력과 별개로 상대방과 주고받지 못하면 아쉬운 장면이 나올 수도 있는데 저희 셋은 호흡이 너무 좋아서 이미 재미있는 대본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버려요.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생각보다 외로운 일이기도 한데, 좋은 동료이자 친구로서 이해받고 바라봐줄 수 있다는 게 고맙고요.

Q : 여러 모습을 보여줬어요. 기대에 반하는 배우가 되고 싶나요

A : 〈술도녀〉처럼 흥행해서 그로 인해 배우인 저까지 사랑받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음을 향한 발판이 되는 작품이 있어요. 규모나 흥행이 제 기준이 되진 않아요. 그저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Q : 곧 새로운 해가 밝아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을 떠올려본다면

A : 전도연 · 하정우 선배님의 〈멋진 하루〉가 너무너무 멋진 영화라 생각해요. 전남친을 찾아가 “돈 내놔” 이러면서 시작하잖아요.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루 동안 동행하는 모습이 뭔가 짠하기도 하고요. 〈연애의 온도〉도 제 최애 영화 중 하나예요. 스트레스받을 때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면서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이런 사실적인 매력이 있는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

셔츠는 Gabriel Lee. 레더 재킷은 Wooyoungmi. 팬츠는 Isabel Marant. 슈즈는 Manolo Blahnik. 베레모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오늘 만나서 느낀 점이 하나 있어요.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A : 안 그래도 최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어요. 조금 전만 해도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키가 더 크고 훨씬 예뻤으면 모델을 했으려나 상상해 봤지만요(웃음). 저는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잘하고 싶고, 그래서 계속 하나 봐요.

Q : 춤을 추듯 찍었던 오늘 사진처럼 한선화를 춤추게 하는 것은

A : 잠 푹 자고 일어나서 사과랑 달걀 먹고 적당히 등산한 다음 하산해서 막걸리 마시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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