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멋을 담은 이민경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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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일상은 매일이 새롭다. 그 새로움이 때로는 소소한 기쁨이지만, 때로는 끝없는 감정의 충돌이기도 하다. 패션 에디터와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다 남편의 직장 발령으로 갑작스럽게 도쿄에서 살게 된 이민경에게도 그런 날들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익숙한 듯 다른 풍경과 라이프스타일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그 후에는 조금 막막한 기분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케바나, 긴쓰키 등 궁금했던 일본의 전통문화와 기법을 배우고 정원이 있는 일본 고택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흥미와 취향을 한껏 채웠다.
도쿄에서 귀국 후 살게 된 집은 그녀가 6년 동안 실생활로 체득한 일본의 아름다움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인테리어 공사는 온전히 바다 건너 온라인 미팅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사이랩 공간 디자인(42 lab)' 팀은 이민경이 바라던 동양적인 미감과 재료의 텍스처를 잘 이해했고, 5개월간의 공사는 비교적 순조롭게 이어졌다. 특히 패브릭으로 마감한 패널을 설치하고 나무로 칸을 나눈 아트 월은 시공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완성한 부분이다. 거실과 부엌을 길게 잇는 아트 월은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더한다. 그중 하나의 패널은 안방과 파우더 룸, 드레스 룸이 있는 공간으로 비밀스럽게 연결되는 문이다.
가구는 원래 소장하던 것과 일본에서 구입한 것, 새로 제작한 것이 자연스럽게 섞였다. 거실에는 조지 나카시마의 라운지 암체어, 일본에서 구입한 빈티지 케인 체어, 이사무 노구치의 커피 테이블 등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흡수한 가구들이 사이좋게 모였다. 오리지널 블루 패브릭으로 마감한 한스 웨그너의 소파는 뒤편에서 그들을 한데 포용하는 듯 놓여 있다. 오랜 위시 리스트였다는 이 제품은 그녀가 귀국하면서 어렵게 찾아낸 보물이다. 이민경이 거실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닥을 한층 높여 만든 일본식 붙박이 선반, 도코노마(床の間)다.
거실과 연결된 부엌 싱크대와 아일랜드 상판은 모두 스테인리스스틸로 말끔하게 마감했다. 부엌 중앙에 놓인 아일랜드는 양쪽으로 수납 가능한데, 칸마다 이민경이 수집해 온 그릇들로 가득하다. 그릇을 구입한 장소와 나라는 다양해도 모두 손맛이 느껴지는 도예가의 작품이나 빈티지 그릇이 주를 이룬다. 사실 이 아파트는 이민경이 어린 시절, 부모님과 살았던 곳이다. 학창시절을 보낸 집과 동네에서 새로운 챕터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일본에서 살았던 집은 현대식 주상복합인 타워 맨션이었거든요. 오히려 일본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한국 집에 풀어보고 싶었어요." 최근 그녀는 일본에서 경험한 공간과 건축, 미식 세계를 〈도쿄 큐레이션〉이라는 책에 담아냈다.
히로시 센주 미술관 편에 수록된 한 구절을 보니 그녀가 이 집을 구상한 이유가 또렷하게 느껴졌다. 익숙한 듯 생경하지만 이내 편안하게 마무리되는 느낌. 이 집에서는 누구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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