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망 1위 '이것'...골든아워 지키는 '레보아' 아시나요 [건강한 가족]
인터뷰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장
각종 사고·재해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다치는 외상은 국내 입원 치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입원 환자 10명 중 1명은 외상 환자다. 추락·낙상 등으로 다치거나 교통사고로 외상을 겪는다. 외부 충격으로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면서 대량 출혈을 동반하는 중증 외상은 사고 발생 후 어떻게 조치했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 최근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에서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대량 출혈을 막는 응급소생 지혈법(대동맥내 풍선폐쇄 소생술·REBOA) 활용에 적극적인 이유다.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장에게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을 줄이는 중증 외상치료에 대해 들었다.
Q :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2030의 사망 원인 1위가 중증 외상이더라.
A : “젊은 층은 아무래도 질병보다는 사고로 다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외상으로 크게 다쳤어도 빠르게 치료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지역마다 권역외상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다. 사고는 밤이든, 낮이든 발생하고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에서는 일분일초도 아깝다. 권역외상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시간 이내 응급 수술을 시행하면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천안·아산 등 충남권역 외상치료를 담당하는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의 모토는 ‘우리의 사명은 당신의 생명입니다(Our Mission is your life)’다. 중증 외상치료의 골든아워를 사수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내 소명이다.”
Q :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가 개소한 지 8년 차인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 “외상소생실, 외상 진료구역, 외상 전용 입원·수술실 등 중증 외상 전문치료시설, 장비, 인력 등을 확보하면서 신속한 치료가 가능해져 더 많은 중증 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충청 지역 첫 권역외상센터로 개소한 2014년 이후 매년 2400여 명 정도가 다쳐서 단국대병원으로 이송된다. 현재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중증 외상치료에 집중한다. 권역외상센터가 개소 초기엔 14.1% 수준이었던 중증 외상 환자의 비율이 2020년엔 27%로 늘었다. 중증 외상 집중치료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춘다. 특히 중증 외상으로 다쳤을 때 권역외상센터로 곧바로 이송하면 다른 병원을 한두 번 거쳤을 때보다 소생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권역외상센터의 효과다.”
Q : 외상으로 다쳤을 때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왜 위험한가.
A : “외상으로 피가 계속 나면 체내 혈액량이 줄면서 심박출량이 줄고 모든 조직에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 신체 조직이 기능을 잃는다. 특히 피를 흘린 만큼 대량으로 수혈하면서 필연적으로 저체온, 산증(Acidosis), 응고장애 같은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대량 출혈 3대 위험 요소다. 요소마다 사망 원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중증 외상치료에서 일차적으로 출혈량을 줄이는 출혈 관리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Q : 대량 출혈을 막는 응급소생 지혈법인 레보아(REBOA)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A : “오롯이 생명을 살릴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대량 출혈은 외상 발생 직후부터 나타난다. 생명을 위협하는 대량 출혈은 주로 가슴·복부를 지나는 주요 혈관이 찢어지거나 간·폐 등 고형 장기나 골반 등을 다친 것이 원인이다. 레보아 치료는 외상 등으로 대량 출혈을 동반했을 때 혈관에 풍선 카테터를 삽입해 대동맥 혈류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응급소생 지혈법이다. 대량 출혈로 전신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는 중증 외상 환자의 심정지를 막아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춰준다. 특히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도 풍선 카테터를 이용해 출혈량을 줄이고 뇌·심장에 안정적으로 혈류를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70대 고령의 노인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다쳤는데 복부 출혈로 혈압이 떨어지는 등 응급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생체 징후가 나빴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레보아 치료로 출혈을 조절해 수술 후 일상으로 복귀했다.”
Q : 한국형 레보아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A : “환자를 살리려면 우리가 변해야 한다. 레보아 치료는 중증 외상치료 분야에서 주목하는 최신의 응급소생 지혈법이다. 유럽 외상학회에서 레보아 치료를 처음 접하고 대량 출혈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치료법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는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가 2015년부터 레보아 치료를 시도하면서 선도하고 있다. 레보아 치료의 응급소생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비교적 쉽게 출혈을 막을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대량 출혈을 동반한 환자를 자주 접하는 중증 외상 분야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레보아 치료를 교육하는 이유다. 낯선 개념이라 외상술기교육연구학회와 함께 어떻게 혈관에 넣어 처치해야 할지 인체 모형으로 실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알렸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세계응급의학회에서도 레보아 교육 프로그램을 강연했다.”
Q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 “한국의 중증 외상치료 수준을 더 높이고 싶다. 다행히 정부 지원으로 지역별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면서 외상 관리 지표인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크게 줄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2015년 30.5%, 2017년 19.9%, 2019년 15.7%로 빠르게 개선됐다. 지역별 권역외상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으로 응급 의료체계가 자리 잡아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다만 이 수치는 주요 권역외상센터 등을 선별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한계가 있다.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능력을 평가하면 잘한다고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외상 중증도 등을 반영한 외상진료체계를 제대로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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