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동 성추행 방임자?"…"참담하다" 오은영 박사

오 박사, 출연자 남편에게 "아동학대 교육하고 강하게 지적"
녹화 5시간 넘었지만…편집 과정에서 "지적 부분 포함 못해"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제작팀과 지속적으로 살피겠다

[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아동 심리학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최근 방영한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아빠의 과도한 신체 접촉을 방관했다는 지적에 대해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쳐져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방송을 본 많은 분이 걱정하시고 분노하시는 것을 봤다"며 "저 역시 이 사안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아이의 복지나 안전 등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어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오래전부터 체벌을 절대 반대해 왔으며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까지 써 온 책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단히 단호하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 남편에게 어떠한 좋은 의도라도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또 "출연자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행동으로 인해 아내에 의해 아동 학대 신고가 되어 경찰에서 교육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고 밝히며 "그래서 더욱더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동 학대 교육의 연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 주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이후 실제로 남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친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의붓딸의 거부에도 억지로 신체 접촉을 한 새아빠에게 '외로운 사람', '가엽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고 한 것"이라며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해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박사는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라며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거다. 시청자분들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걱정, 감사드린다.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저와 오은영리포트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해서 살피겠다. 더불어 따끔한 지적과 충고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편은 "딸에 대한 애정 표현이다"고 해명했지만,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아동 성추행 비난이 빗발쳤다.

현재 남편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남편에 대한 아동 성추행 신고를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MBC '결혼지옥' 측은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