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국 시작…李 '퇴진론'과 '대안론' 사이 놓인 野

오주연 2022. 12.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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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 싸움은 마무리…국회 예산합의한 날 檢 이재명 대표 소환
'올 것이 왔다'…총선 앞둔 복잡해진 민주당 속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여야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12월 한 달 내내 끌었던 '예산정국'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날,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가 이뤄짐에 따라 연말연시는 '사법정국'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 전체 위기로 확대시켜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위기일수록 합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이 대표는 강원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털어도 원하는 답이 안 나오다 보니까 이제는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까지 다시 꺼내서 저를 소환했다"고 말했다.

전일 검찰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마침표를 찍으며 국회 본회의 처리에 합의한 날이었다. 예산 정국이 끝나기 무섭게 사법 정국이 시작되는 모양새가 됐다. 평소 본인의 신상 관련 발언을 아껴왔던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이 소환 통보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날 경북 안동 중앙신시장에서 민생행보를 이어갔던 이 대표는 현장에서 "이재명이 그렇게 무섭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장동 가지고 몇 년 가까이 탈탈 털어대더니 이제는 무혐의 결정이 났던 FC 광고한 것 두고 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면서 "십수 년 동안 탈탈 털려왔다. 없는 먼지를 만들어내려고 십수 년 노력했지만, 아직도 못 만든 모양"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검찰의 소환 통보 수용 여부 및 시기를 묻는 기자들을 향해서는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 물을 것이 아니라,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은 언제 소환조사 받을 건지 먼저 물어보시기를 바란다"고 대꾸했다.

당당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이 대표와 달리 당은 현실화된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이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 체제로는 안정감 있는 당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다선 의원은 "검찰 수사망이 더욱 좁혀져 오고 있는데 내년 1월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파에 속하지 않는 초선 의원 역시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 가능성은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낙연계로 꼽히는 설훈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에 나와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를 내놓고, 나 혼자로도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 '역시 이재명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조건으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 선택은 이 대표가 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다며 "지금 누가 당 대표가 되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튼튼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168명 중 누가 대표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훌륭히 끌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플랜B'까지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당이 '이재명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데에는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당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조응천 의원은 22일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혐의가 입증된 게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싸워나가야 한다"면서도 "당이 싸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리스크와 관련해 '당내 우려는 극소수'라고 발언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서도 "김 의원의 그런 주장이 극소수"라고 말했다.

이날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KBS라디오에 나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이 대표 개인이 대응하고 당은 민생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퇴진론에 대해선 "일치단결해서 탄압에 맞서고 민생투쟁해야 한다"며 "당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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