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檢출석 원한다…만류 뿌리치고 정면돌파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소환 통보를 한 데 대해 23일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환 통보(21일) 후 처음 열린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생투어 차 방문한 강원 춘천에서 회의를 연 이 대표는 “모든 국가 역량을 위기 대응에 쏟아부어도 부족한 엄중한 시점에 윤석열 정권은 또다시 노골적인 야당 파괴에 나섰다”며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검찰 독재 정권의 실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다른 수사도 거론하며 “전방위적인 야당 탄압 파괴 공작, 정적 죽이기에만 진심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소환 대상은 자신이 아닌 윤 대통령 가족이라고 역공했다. 회의 말미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 대표는 “언론인들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를 받을 거냐를 먼저 물어보라”고 했다. 최고위원들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피의자들은 구형 재판까지 마쳤다. 왜 김건희 여사만 열외냐”(정청래 최고위원), “검찰은 지금이라도 김 여사부터 소환하라”(장경태 최고위원)며 김 여사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자신의 검찰 출석 여부에 대해 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침묵했다. 일단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오는 28일은 광주 방문 일정과 겹쳐 출석이 어렵다”(이 대표 측)는 쪽으로 당내 의견이 모인 상태지만, 날짜를 조정해서라도 출석할지가 관심사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교감이 있었다”며 “소환에 불응할 것이다, 거기에 500원 걸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불출석을 권유했다”는 한 친명계 지도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혐의가 새로 나온 것도 없는데, 검찰의 각본대로 움직여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원조 친명계인 7인회 출신의 김남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당당하게 모든 것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7인회 출신의 수도권 의원도 통화에서 “검찰은 성남FC 사건뿐 아니라 대장동ㆍ쌍방울 사건 등으로 어떻게든 이 대표를 불러낼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일이니 빨리 출석해서 소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출석해야 한다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인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무고함을 밝히고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날 “이제 그만 피해자 코스프레 연극 무대에서 내려오라”(김기현 의원), “떳떳하다면 소명하면 될 일”(권성동 의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재차 열어 출석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한 참석자는 “결국 이 대표가 선택해야 할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특유의 정면돌파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이 대표는 전날에도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주변 의원들이 만류해 침묵했다고 한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이 대표는 여전히 출석을 원한다”며 “전격적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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