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이 아닌 희망을 품고"…다시 태어나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 한켠을 가득 채웠던 과자와 음료가 종이상자에 담겼다. 빨간 목도리를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상인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파 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시든 꽃다발을 옮겨 담았다. 추모 메시지가 쓰인 포스트잇들만 골목길 벽면 자리를 지켰다.
이태원 참사 발생 55일 만인 23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쌓인 추모·애도 물품을 정리했다. 지난 21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만들어졌던 추모공간이 정리된 이후 2차 정리작업이다. 세 단체는 이태원 참사 현장이 추모와 상생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모공간 재구성·이태원 주민과 상인 지원 대책 마련 촉구
이날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 재구성 대책, 인근 주민과 상인에 대한 심리 및 생계지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우리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참사의 피해자인 이태원 상인분들이 힘든 와중에도 우리 아이와 가족들을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사 이후 상인들에 대한 생계지원이 절실함에도 조치가 방치돼 있다”며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피해자인 상인들 지원대책 마련에도 함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상인 대표인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모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공간으로 이태원을 만들어 가겠다”며 “참사의 생존자이자 목격자, 구조자인 상인들은 아픈 기억이 아닌 희망을 품고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 인근의 이태원 거리엔 산타 인형과 트리 등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고 연말 분위기를 낸 상점들이 많았지만, 행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럼에도 연말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이태원 상인들은 상권 회복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아직도 참사 때가 생각난다고 상점에 못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며 “불행하고 아픈 기억만 남지 않고, 이태원 거리가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 운영은 계속…유가족협 “추모공간 논의”
한편 이태원역 일대에 시민들이 두고 간 꽃다발 등 보존이 어려운 추모 물품은 오는 28일 조계종에서 소각해 수목장 형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나머지 추모 메시지와 추모 물품들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임시 보관 중이다. 유가족협의회와 민변은 서울시에서 후보지를 받아 추모 공간으로 지정할 장소를 협의 중이다. 일부 기록은 서울기록원 이관이 논의되고 있었으나, 하나의 추모 공간에 일괄적으로 보관 될 가능성도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원래 서울기록원으로 보관 논의를 하고 있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녹사평역 시민분향소는 당분간 계속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공간이 만들어질 때까지 시민분향소를 운영할 것 같다”며 “추모공간에 대해서는 서울시, 용산구청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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