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말하면 감방 잡아넣더니…"전쟁 끝내야" 푸틴에 러 발칵

이승호 2022. 12. 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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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처음으로 ‘전쟁’으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주도로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칭하고 전쟁이라 부르는 이들을 처벌해왔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 본인이 ‘전쟁’ 단어를 공식적으로 꺼내면서 러시아 내에서 ‘내로남불’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우크라전을 특별군사작전 대신 전쟁으로 불러


지난 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란 문구의 우크라이나전쟁 선전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충돌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내에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개전을 알린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해왔는데, 이날 처음으로 ‘전쟁’이란 단어를 쓴 것이다.

WP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가 ‘특별 군사작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 전쟁이 오로지 소수의 전문 군인들에게 국한된 ‘작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엔 전쟁에 대한 러시아 시민들의 우려를 낮추려는 목적이 깔려있다.

나아가 정부의 표현방침에 반하는 이들에겐 강력한 처벌을 내리며 입을 막았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3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이 이 개정안에 서명하며 발효된 개정안을 통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 됐다.

WP에 따르면 형법 개정안이 채택된 후 전쟁이라고 반박했던 수많은 러시아인과 독립 언론사 등이 처벌을 받았다. 지난 10월까지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거나 ‘전쟁’을 언급했다가 허위정보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우만 5000건 이상이다. 이 중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도 100명이 넘는다.

실제로 러시아 야권 인사 일리야 야신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비판한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엔 모스크바 중부 크라스노셀스키구 구의원 알렉세이 고리노프가 의원 회의에서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묵념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전쟁 언급한 수천명 처벌…푸틴도 감옥 가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마네즈 전시관에서 한 행사에서 러시아 청소년들과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22일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WP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목적과 관련해 ‘탈나치화’, ‘해방’, ‘미국의 러시아 파괴 시도 차단’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겠다는 뜻을 부인했다”며 “그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이든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 전쟁이라는 것을 푸틴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의 발언을 놓고 ‘내로남불’ 논란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동료인 게오르기 알부로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고리노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했다가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며 “고리노프를 석방하거나 푸틴을 7년 동안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의원 니키타 유페레프도 트위터에 “수천명이 전쟁이라고 표현했다가 가짜뉴스 배포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 검찰총장에게 푸틴 대통령을 기소해달라고 요청하는 소장을 보냈다”고 적었다.


美 "푸틴 협상의지 없어…확전 원해”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우리의 목표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란 발언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 간의 모든 갈등이 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에 대해 “낡은 무기”라고 폄하하며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면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은 “(푸틴은)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푸틴 대통령이 땅과 하늘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계속 폭력을 가하고 전쟁을 확대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푸틴과의 대화는 러시아가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이후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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