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사람 정해져 있다" 노인일자리 접수 거절한 강릉시노인회

김남권 2022. 12. 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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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로당 회장 추천인 선정 위해 신청서 반려... 시 "규정 어긋나, 개선할 것"

[김남권 기자]

 대한노인회 강릉시지부 소속 한 회원이 강릉시 노인일자리 공개모집에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다음날 접수를 거부한 뒤 되찾은 서류 상단에는 "취소"라는 글씨(오른쪽 위 빨간 동그러미)가 써져 있다.
ⓒ 김남권
노인일자리사업의 수행기관인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아래 강릉시지회)가 사전에 내정된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들의 추가 신청서 접수를 막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지회 측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은 정부가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 영위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참여자로 선정되면 경로당운영관리 봉사단·어르신취업소식 도우미 등 공익이나 사회서비스 형태로 일하고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강릉시(시장 김홍규)는 지난 12월 5일~16일(서류접수 기간 동일) '2023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 사업의 수행기관 중 한 곳으로 지정된 강릉시지회의 일자리 모집인원은 공익활동 1000명과 사회서비스업 240명으로, 예산 규모는 13억 5450만 원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7일 강릉시 관내 한 경로당 회원인 A씨와 B씨는 서류 접수를 위해 강릉시지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8일 지회로부터 "어르신은 (접수가)안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접수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실상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이들은 이유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들이 돌려받은 공익활동 참여신청서 상단에는 '취소'라고 써 있었다. 

또 다른 경로당 소속인 C씨와 D씨는 신청서 접수 2시간만에 '접수 불가'를 통보받았다. 이들 역시 지난 9일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했지만 2시간 뒤에 "서류접수를 받을 수 없다. 이미 할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릉시지회는 사전에 관내 300여 곳의 경로당 회장들로부터 추천받은 이들을 선정하기 위해 일반 신청자의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리 내정해 놓은 합격자가 있던 셈이다.

시지회 "강릉시와 조율된 사항"... 강릉시 "규정에 어긋난 것 인정"
   
강릉시지회 측은 "사전에 경로당 회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같은 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지원할 경우 심사를 통해서 결정되는데, 그렇게 되면 업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선정될 수 있어 회장의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강릉시와 인력개발원과도 조율이 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측은 "특정인을 사전에 내정하고 접수 자체를 거절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런식으로 제안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각 지자체마다 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모집공고에 명시됐듯이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후 규정에 따라 신청자들에 대한 점수를 부여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신청자 모두 접수를 받은 다음 절차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합격자를 선정해서 필요한 곳에 배정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근로능력' 문제를 두고는 "면담 과정에서 보행이나 말씀은 잘 하시는지 체크를 하기 때문에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문제도 없다"고 답했다.
 
 강릉시가 공고한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 김남권
 
강릉시 모집공고 지원자격 역시 만 65세 이상 강릉시 거주 및 기초연금 수급자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참여자 선정은 보건복지부 선발기준표의 소득인정액, 세대구성, 활동 역량, 참여경력 등의 기준에 따라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해 개별 통보된다.

강릉시지회의 거부로 접수조차 하지 못한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일자리 사업인데 경로당 회장이 지명한 사람만 지원서를 낼 수 있고 그 외 사람들은 접수조차 받지 않은 다는 건 이미 합격자를 정해놓았다는 뜻 아니냐"면서 "이렇게 여러사람에게 상처주고 할거면 무엇하러 공개모집을 하냐. 그냥 지명해서 정하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C씨 역시 "강릉시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서류 접수를 한뒤 바로 불합격 통보를 한다는 것은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화가 나서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누군가 특정인을 내정했었다면 최소한 처음부터 접수하지 말라고 공지를 했어야 했다. 택시를 타고 몇 번씩 왕복하는 일이 없었을거 아니냐"며 울분을 표했다.

수행기관의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강릉시 관련 부서 관계자는 "공익형 일자리 사업인데 원칙적으로 규정에 어긋나게 일한 것은 맞다"면서 "회장 마음에 드는 사람들 추전하는 것보다 경로당별로 총회를 거쳐서 추천하는 방안 등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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