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준다"던 중개인 배신…'빌라왕' 손잡고 1000만원 챙겼다

서울·수도권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 전세(전셋값≥매매가)'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 A씨는 최근 30대 청년 B 씨에게 이사비와 전세대출 이자 지원금 명목으로 2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자신이 중개를 담당한 서울 강서구 한 빌라에 세입자가 없자 B씨에게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계약서는 다른 공인중개사가 작성했다.

실제로 전세 계약이 체결되자 임대인은 해당 빌라 소유권을 이른바 ‘바지사장(빌라왕)’에게 넘겼다. 이 빌라는 나중에 발코니를 불법으로 확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 기간이 끝났지만, B씨는 보증금 2억49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소유권을 가진 빌라왕이 잠적했기 때문이다. 반면 200만원을 준다고 했던 A씨는 전세 중개 성공 대가로 1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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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깡통전세 알선 사범 적발

깡통전세 사기 피해 방지에 주력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중앙포토

이처럼 불법적인 부동산 중개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범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부동산 거래 질서를 교란한 공인중개사 등 9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 사기 사건 엄정 대처를 주문한 가운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서울 강서구 등 신축 연립다세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9월부터 4개월 동안 깡통전세를 수사했다. 깡통전세는 주택 가격에서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빚의 차액이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초과하는 주택이다. 깡통주택은 집 주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다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공인중개사 B·C씨는 신혼부부인 임차인에게 주택 시세를 실제보다 부풀려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맺게 했다. 공인중개사를 믿은 임차인은 2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전세보증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들이 중개한 주택에는 이미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선순위 세입자만 10세대였다. 이들은 해당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 약 6억원을 설정했다.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알려준 시세는 18억∼20억원이었으나, 실제 경매 감정평가금액은 13억원에 불과했다. 또 집주인이 실제로 이 집을 경매로 매각한 금액도 13억2000만원이었다. 결국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알고 보니 B·C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받았다고 민생사법경찰단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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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전입해서 특별공급 당첨 적발

깡통전세 위험 커진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 한국부동산원]

특별공급 청약에 부정하게 당첨된 사례도 있었다. 민생사법경찰단은 서울 강동구·성북구 등에서 최근 이른바 ‘로또 단지’로 불린 인기 아파트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D씨는 주민등록등본 상 주소만 서울 소재 친구 집으로 옮겨 서울 주택 청약 자격을 얻은 후 특별공급물량에 당첨됐다. 생후 3개월 된 쌍둥이와 3살 아이 등 3자녀가 있지만, 혼자 지하 미니 원룸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된 사례도 있었다.

민생사법경찰단은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인기 단지에 입주하기 위해 위장 전입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부정청약 당첨자 4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명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깡통전세 피해자에는 20∼30대 사회초년생·신혼부부가 많다"라며 “서울시는 이를 반드시 근절해야 할 범죄로 규정하고 2023년에도 강도 있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