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경기침체 뒤에 숨어든 혁신의 부재

명진규 2022. 12. 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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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던 스마트폰 시장이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9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전체 시장은 줄어드는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계속 오른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17.6%였던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4분기 24.6%까지 올라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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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콘텐츠매니저]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던 스마트폰 시장이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9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4분기에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사고 싶은 신제품이 없다’는 주관적인 평가가 더 와 닿는다. 전체 시장은 줄어드는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계속 오른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17.6%였던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4분기 24.6%까지 올라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수요가 부진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관적인 평가를 곁들이자면 ‘그나마 사고 싶은 제품이 아이폰’이라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역사를 축약하자면 ‘세리프(Serif)’와 ‘산세리프(Sans-Serif)’ 시대로 나눌 수 있다. 프랑스어로 세리프는 ‘가는 장식 선’, 산은 ‘없다’는 뜻으로 글꼴 분류 체계 중 하나다. 바탕체와 궁서체는 세리프, 굴림체와 돋움체는 산세리프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최초의 PC ‘애플1’을 탄생시키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IBM에 시장을 빼앗기고 1985년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는 1996년 복귀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애플을 대표하는 서체를 만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잡스는 16세기부터 사용하던 세리프체 ‘가라몬드(Garamond)’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애플 가라몬드’ 서체를 만들었다. 정사각형에 가깝던 가라몬드체를 세로로 길게 만들었다. 그리고 IBM의 모토였던 ‘생각하라(Think)’에 한 단어를 더 붙여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통을 상징하는 세리프체에 혁신을 더한 두 단어는 ‘전통에 도전하는 혁신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2002년 애플은 메인 서체를 세리프에서 산세리프로 바꾼다. 새로운 애플의 지향점이 미니멀리즘에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어도비가 개발한 미리아드는 산세리프체로 간결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빼기의 미학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서체에서 장식이 빠진 것처럼 아이팟에서는 버튼이 사라졌고 맥북 역시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가 사라졌다.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휴대폰에 버튼이 없어도 된다는 점을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세리프에서 산세리프의 변화는 이렇게 컸다.

애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리아드 프로를 대표 서체로 쓰고 있다. 패키지부터 키노트 연설 슬라이드, 홈페이지에도 쓴다. 그래서 20년 전의 애플과 지금의 애플은 같다. 문제는 경쟁자다. 애플이 멈춰 선 뒤 경쟁자도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다른 제품을 만드는 대신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만든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타 스마트폰 업체들이 애플에 점유율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으며 다른 제품을 만들었지만 펴 놓으면 경쟁사 제품과 똑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어떻게 만들지가 아닌 무엇을 만들 것인지, 원초적인 고민으로 돌아갈 때다.

명진규 콘텐츠매니저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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