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미 2.5억명 감염" 충격 문건 유출…내달 최대고비 온다
급작스레 방역 해제로 전환한 중국이 ‘코로나 쓰나미’에 휩싸였다. 세계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데 뒤늦게 3년 전 팬데믹 초기로 돌아간 양상이다. 도처에 감염자가 속출하고 시민들은 두려움에 집으로 은신했다. 약도 백신도 부족한 가운데 모두가 ‘각자도생’ 상황, 중국이 자랑했던 제로코로나는 ‘14억 코로나’가 될 수 있다는 악몽 같은 현실을 맞고 있다.
# ‘셧다운’된 베이징
반대로 병원은 전쟁터다. 지난 20일 취재차 3차 의료기관인 베이징 차오양(朝陽) 병원을 찾았다. 발열클리닉은 감염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진료실 앞 복도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노인들이 의식도 없이 링거를 맞고 있었고 병실엔 보조 침대까지 깔아 의료진조차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젊은 층 환자도 적지 않았다. 40대 자오(趙)씨는 “중국 인구가 14억이 넘는데 방역을 이렇게 풀어버리면 엄중한 상황이 벌어질 줄 예상 못했단 말이냐”라고 한탄했다.
사망자도 늘고 있다. 베이징 둥자오(東郊) 화장장은 유가족들로 장사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화장장에서 기다린 지 벌써 일주일째”라고 털어놨다. 장의차 운전기사는 “여기 있는 시신들 대부분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다. 관을 옮기는 직원 모두 방역복 차림이었다.
중국 국무원 기자회견장엔 기자들이 텅 비었고 지난 16일 내년 경제 계획을 결정할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정치국 위원 38명 중 11명이 불참했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직원 절반 이상이 본인이나 가족의 발열 증세로 재택근무 중이다. 방역 해제 3주 차지만 일상 회복이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 상하이·광저우·시안 “다 걸려야 끝날 것”
한국 기업이 많은 광저우(廣州)에선 조기 귀국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광저우에서 6년째 주재원으로 일해 온 주진창(37)씨는 “주변에 아는 분들 전부 다 걸려서 난리도 아니다. 몇주 사이에 한국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공장도 감염 확산으로 2교대로 돌리거나 일시 가동을 중단한 곳이 상당하다고 한다.
시안(西安)에서 관광업을 하는 조선족 한동민(46)씨는 “이번 주 고3 아이의 중국 학교 반 학생 40명 가운데 37명이 열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며 “지금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이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시안은 산시성(陝西省) 성도(省都)로 인구 1300만 명의 도시다. 그는 “지금 중국 정부 정책이 누구나 한 번은 걸려도 어쩔 수 없다는 식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중 교역로인 단둥도 한인회 회원 중 70%가 코로나에 감염됐으며 해열제와 진단 키트조차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했다.
# 3030명 vs 3699만 명
이런 가운데 ‘12월 21일 국가 위건위 대책 회의 기록’이란 문건이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유출됐다.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중국 방역정책의 최상위 기관이다. 문건에는 리빈(李斌) 위건위 부주임이 21일 오후 4시 화상회의를 주재했다고 적시됐으며 전국 감염 실태와 주요 병원 환자 대응 동향, 마샤오웨이(馬曉偉) 위건위 주임 담화 등이 담겼다. 당국이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7쪽 분량의 기록에 등장하는 참석자와 발언 내용으로 보아 문건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홍콩 매체 명보 역시 문건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본지가 확인한 전문에 따르면 20일 일일 신규감염자 수는 3699만6400명이다. 14억 2588만 명인 중국 전체 인구의 2.62%가 하루에 늘어난 감염자로 보고됐다. 공식 발표 3030명의 1만2200배에 달한다. 또 지난 1~20일 전국 누적 감염자 수는 2억 4800만 명으로 누적 감염률은 17.56%로 나타났다. 중국인 6명 중 1명이 이미 감염된 것으로 중국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 “베이징·쓰촨성 누적 감염자 50% 넘어”
위건위는 공간적 밀집성에 따라 전염병 확산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등 인구가 밀집된 화중지역에서 전염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중국 북서부와 북동부, 장강 이남지역은 상대적으로 느린 단계라고 봤다. 베이징은 절정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감염자 수가 매일 크게 증가하고 있고 상하이는 현재 절정기에 다다르고 있다고 적었다.
당국은 종합적으로 볼 때 일일 신규 감염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으며 전염병 상황이 대도시로부터 중소도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농촌 지역은 이같은 전염병의 정점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야 하고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중증 치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코로나 양성인 중증환자 거부하는 中 병원
그는 “3차 병원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이들 병원이 고위험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는 뜻”이라며 “급증하는 코로나 양성 중증환자 진료에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반대로 코로나에 확진된 취약 계층이 중국 병원에 의해 치료 거부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마 주임은 특히 “춘제(春節ㆍ설날)가 다가옴에 따라 인구의 대규모 이동으로 전염병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확산돼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농촌 지역은 기반 시설이 약해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의료 지원 압박이 늘어날 것에 대해 대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갑자기 방역을 푼 건 그로 인한 경제 악화를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측면이 크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감소해 2020년 3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재정적자 규모는 올해 7조 7500억 위안(1441조원)으로 지난해 2배 규모로 늘었다. 지방재정은 바닥났고 부동산 경기도 바닥을 쳤다. 그러나 의료 대비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해제로 코로나는 전 국민을 감염시킬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방역도 경제도 놓쳤다는 최악의 평가에 직면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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