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아쉬운 K리그 복귀, 꽃길 있을까

이준목 2022. 12. 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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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북현대,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이동준 영입 발표

[이준목 기자]

 전북 현대로 돌아온 이동준
ⓒ 전북 현대 제공
 
국가대표 출신 윙어 이동준이 1년 만에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그것도 친정팀 울산 현대가 아닌 라이벌 전북 현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전북 현대 구단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이동준을 헤르타 베를린(독일)으로부터 영입했음을 발표했다.

이동준은 2017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데뷔하여 울산(2021년) 소속으로 K리그 총 135경기에 나서 35골 16도움을 기록했다. 2019시즌에는 K리그2(2부 리그) MVP와 베스트11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울산으로 이적한 2021시즌에는 K리그1에서 베스트11으로 뽑히며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김학범호의 2020 도쿄올림픽 8강 진출에 기여했고, 성인대표팀에도 콜업되어 A매치 4경기를 소화했다. K리그와 대표팀에서 보여준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초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BSC로 전격 이적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이동준은 동세대의 국내 공격수들중에서는 가장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듯 하던 이동준의 커리어는 오히려 독일 진출 이후 급격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이적 후 이동준은 소속팀에서 고작 4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생활을 했고, 지난 4월에는 소속팀 훈련 중 무릎 부상을 당해 남은 시즌을 날리는 악재까지 겹쳤다.

설상가상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친선전에 나섰다가 또 발목을 다치는 부상을 겪었다. 앞서 K리그에서 보낸 5년간 큰 부상이 없을 만큼 내구성이 장점이었던 이동준이지만, 독일에서는 정말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올 시즌에도 한 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하며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되고 말았다.

소속팀에서의 출전시간과 활약이 줄어들자 자연히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흔들렸다. 최종 예선까지만 해도 꾸준히 발탁되며 생애 첫 월드컵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듯 했지만, 본선 확정 이후 6월 A매치 남미-아프리카 4연전부터 더 이상 한번도 벤투호에 소집되지 못했다. 결국 카타르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하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 성공이 불확실한 이적을 선택한 게 본인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이동준의 주 포지션인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는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자리였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이 포진한 왼쪽에 비하여 오른쪽은 엄원상, 양현준, 권창훈 등 많은 선수들이 끝까지 경쟁했고, 본선에서도 나상호, 정우영, 이재성, 황희찬 등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확실한 주전 없이 로테이션을 펼치기도 했다. 이동준이 만일 K리그에 1년만 더 잔류하여 좋은 폼을 유지했다면, 주전까지는 아니더라도 26인까지 늘어난 엔트리에서 최소한 2선 공격수 자리 한 장 정도는 눈도장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

병역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동준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이동준은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시절에는 U-23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발탁되었으나 팀이 8강에서 탈락하며 또다시 기회를 놓쳤다.

만 25세인 이동준은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로 복귀하여 김천 상무에 입대하거나,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혹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준이 2025년까지였던 베를린과의 계약을 조기에 해지하고 1년 만에 국내 복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다. 결과적으로 선수에게 올바른 이적 판단과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K리그에 돌아왔다고 해도 이동준에게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동준이 독일에서 주춤하던 사이에 그의 자리이던 대표팀의 2선은 더욱 두터워졌다. 손흥민-황희찬-이재성 등의 간판 유럽파는 물론이고, 이강인, 정우영, 송민규, 엄원상, 정상빈, 이강인, 양현준 등은 A팀이지만 U-23 대표팀에도 차출이 가능한 연령대의 멤버들이다. 이동준이 만일 병역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는 게 최선책인데, 일단 이들과의 경쟁을 극복해야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동준은 K리그는 둘째치고 소속팀 전북에서 일단 치열한 내부 경쟁부터 뜷어야한다. 전북은 2022시즌 19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바로우가 부동의 에이스로 건재한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 송민규가 있고, 올시즌 울산 우승의 주역인 일본인 선수 아마노 준까지 전북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2선 자원이 포화상태가 된 전북은 몇몇 선수들과는 결별이 유력하지만, 그렇다고 이동준의 주전이 무조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전북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라이벌의 울산의 벽에 막혀 6년 만에 K리그 연속 우승은 좌절됐다. 김상식 감독은 구단의 재신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K리그 득점왕이자 FA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조규성은, 월드컵 이후 주가가 크게 높아지며 해외 진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전북에게 이동준의 영입은, 조규성의 이적 가능성을 대비하여 공격력 보강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시즌 수원 FC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승우처럼 비록 유럽 무대에서 아쉬운 결과를 보였지만 과감히 K리그에 돌아와 보란듯 재기에 성공한 선수들의 사례는 많다. 특히 전북은 이동국과 김보경, 백승호 등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재활 공장'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노하우가 있는 구단이기도 하다.

우승 탈환과 명예회복이라는 각자의 동기부여가 확실한 전북과 이동준의 만남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될 수 있다. 이동준은 비록 잘못된 타이밍의 유럽진출로 시련을 맛보기도 했지만, 때로는 실패의 경험이 축구 인생에서 더 큰 교훈으로 남을수도 있다. 이동준의 축구인생 2막은 이제 새롭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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