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시대, GOAT를 향한 끝나지 않은 도전

이준목 2022. 12. 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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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북중미월드컵 출전도 가능... 기량·체력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

[이준목 기자]

카타르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손흥민이 이제 다시 유럽무대를 누빈다. 토트넘은 오는 12월 26일부터 브렌트퍼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안와골절 부상과 발열증세 등으로 한동안 결장하는 게 아니냐를 우려를 자아냈으나, 지난 22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 OGC 니스와의 친선 경기에 후반 29분 교체 투입되며 몸상태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손흥민에게 2022년은 축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23골)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고, 국가대표팀에서는 카타르월드컵에서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3일 오후로 예정된 2022년 KFA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은 그동안 훌륭한 누적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약점으로 거론했다. 메이저대회에서 득점왕-MVP-팀 우승 같은 타이틀과 인연이 없다는 것, 클럽에 비하면 대표팀에서의 활약과 성과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표적이었다. 특히 손흥민과 '한국축구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서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앞세대의 레전드 차범근-박지성에 비하여 가장 뚜렷하게 열세인 부분이기도 했다.

차범근은 수십년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남자대표팀 A매치 최다출장-최다득점(136경기 58골) 기록 보유자이고, 독일 무대에서 두 번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박지성은 한일월드컵 4강-최초의 원정 16강(2010 남아공 대회)의 핵심 주역이자 클럽무대에서는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과 맨유(잉글랜드)에서 수많은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휩쓸었다.

손흥민은 2022년을 기점으로 선배들의 아성에 뒤지지 않는 업적을 쌓으며 명실상부 '살아있는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가장 멋진 골)에 이어 유럽 5대리그 득점왕은 이제껏 역대 아시아 선수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진귀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유럽 빅리그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하며 이미 차범근이 보유하고 있는 득점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고, 빅클럽에서 명품 조연 정도에 머물렀던 박지성에 비하여 손흥민은 항상 부동의 선발이자 에이스의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대표팀에서 저조하다는 이야기도 이젠 옛말이 됐다. 손흥민은 올해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주장으로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10회 연속 본선진출을 이끌었고, 최종예선 8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손흥민의 결승골을 앞세워 11년 만에 이란을 제압하고 모처럼 여유있게 본선행을 확정하기도 했다. 또한 손흥민은 올해 6월에는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며 센츄리클럽에도 가입했다.

다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서는 소속팀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손흥민은 수술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월드컵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안정환-박지성(이상 3골)과 함께 한국축구 월드컵 본선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는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는 아쉽게 골맛을 보지 못하며 3회 연속 본선 득점과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인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한국축구 역대 월드컵 최다공격포인트(3골 1도움) 기록을 작성하며 제 몫을 다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손흥민의 축구인생에 오랫동안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귀중한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잇달아 탈락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리오넬 메시는 발롱도르 7회 수상 등 독보적인 클럽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에서의 '무관'이 항상 옥에 티로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아르헨티나의 코파아메리카-월드컵 연속 제패를 이끌며 그간의 한을 풀어냈다. 그동안 펠레-마라도나와의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도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다.

손흥민 역시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대표팀에서의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냈을뿐 아니라, 차범근-박지성과의 '한국축구 GOAT 논쟁'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심각한 안면 부상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마스크 투혼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어록과 함께 한국축구의 카타르월드컵 여정을 상징하는 명장면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지만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손흥민의 다음 과제는 이제 소속팀에서의 우승이다. 클럽팀에서는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에서는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컵대회에서 준우승만 경험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현재 9승 2무 4패, 승점 29점으로 아스널-맨시티-뉴캐슬에 이어 리그 4위에 올라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 올라 내년 2월에 이탈리아 디펜딩 챔피언 AC밀란을 만난다. 또한 다음 달인 1월 7일에는 포츠머스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도 앞두고 있다. 손흥민도 30대로 어느덧 커리어 후반기에 접어든 가운데, '우승청부사'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월드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이 우승 도전을 위한 적기라는 평가다.

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은 아직 이룰 것이 많이 남아있다. 손흥민의 선대 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지성-구자철-기성용 등은 모두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부상과 체력부담 등으로 일찍 대표팀을 은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손흥민은 여전히 기량과 열정이 건재하며 4년 뒤 2026 북중미월드컵 출전도 바라보고 있다.

4년뒤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리거나 공격포인트를 쌓을 때마다 한국축구의 역사가 바뀐다. 여기에 사상 최초로 2회 연속 16강 진출 이상의 업적을 이룬다면 손흥민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또한 손흥민은 현재 A매치 108경기 35골을 기록중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역대 득점 4위로, 차범근과는 23골 차이며 현역 선수중에서는 최다득점-최다출장이다.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같은 레전드 선수들은 30대 중반까지도 국가대표 경력을 이어갔다. 손흥민이 과연 언제까지 태극마크를 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변이 없는 한 그가 앞으로도 최소 4-5년 정도는 선수생활을 이어간다고 했을 때 차범근의 최다출장-최다득점 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때까지 손흥민의 기량과 체력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혹사 논란도 많았고 큰 부상을 몇 차례 겪었던 손흥민인 만큼, 앞으로는 적절한 관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시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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