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탑’은 이미 2022시즌의 성공을 잊었다
T1 ‘제우스’ 최우제가 2022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22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린 ‘2022 LCK 어워즈’ 행사 현장에서 최우제를 만났다. 그는 이날 ‘올해의 탑라이너’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시상식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좋은 상을 받아 감개무량하다. 더 열심히 노력할 동기를 얻었다”고 운을 뗐다.
‘신(神)인 탑라이너’로 불리는 자의 2022년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다. 사실상 데뷔 시즌이나 마찬가지인 올해, 최우제는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쳤다. 5개 포지션 중 유일하게 스프링·서머 시즌 올-LCK 퍼스트 팀 자리를 독식했다. 탑 캐리가 상수로 굳어진 팀은 국내 리그 1회 우승과 준우승, 국제 대회 2회 준우승 기록을 추가했다.
최우제는 “올해의 탑으로 선정됐던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며 “내가 상상만 해왔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또 “사실 올해 있었던 일들은 벌써 내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졌다. 나는 이미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온 상태였다”며 “내가 올해 이뤘던 것들을 (시상식에서) 재조명해주고, 시상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18세의 탑라이너에겐 우후죽순처럼 성장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 신에 등장하기 전부터 대다수 동업자들이 그의 실력을 인정했고, 많은 업계 관계자가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 ‘관계자도르’는 적중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그는 서울에서, 부산에서, 뉴욕과 애틀랜타에서 상대팀 탑라이너들을 찍어눌렀다. T1 팬들은 스토브리그에 다른 팀 탑라이너 이름을 더는 거론하지 않는다.
사실 데뷔 전부터 붙은 ‘역대급 탑라이너’란 꼬리표는 2004년생 유망주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최우제는 “사실 2020년 연말에도 갑자기 많은 관계자께서 나를 칭찬해주셨다. 그때도 나는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내가 그 정도 수준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최우제는 “올해도 주목을 많이 받았다. 나조차도 예상 못 했던 T1의 단독 탑라이너 자리였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처음 1군 로스터에 등록됐던 2021년 스프링 시즌, 벤치에서 매일 칼을 갈았음에도 막상 좋은 기회를 받자 움찔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고 했다.
T1의 주전 탑라이너 자리, 그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최우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생각 비우기’였다. 그는 “생각이 많아지면 중요한 걸 놓치더라. 올해 스프링 시즌 개막 며칠 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며 밝게 웃었다.
최우제는 “이렇게까지 잘 돼도 되는 건가 싶은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첫 롤드컵 여정을 꼽았다. 그는 “롤드컵에서 처음 이겨 팀원들과 기뻐했을 때, 중국팀인 RNG나 JDG를 잡았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RNG와 JDG 둘 다 탑·정글 듀오가 강했는데, 그런 팀들 상대로 이겨서 기뻤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최우제는 “또한 우리가 중국팀을 모두 잡아 LCK의 롤드컵 우승이 확실해졌을 때 뿌듯했다”고도 말했다. T1은 올해 롤드컵 8강에서 RNG를, 4강에서 JDG를 꺾었다. T1이 JDG를 잡을 당시 반대쪽 브래킷에는 젠지와 DRX가 남아있었다.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2017년 이후 첫 LCK 내전이 성사됐다.
최우제는 올해 가장 고마웠던 사람으로 ‘케리아’ 류민석을 꼽았다. 그는 “내가 T1의 주전 탑라이너가 되자 많은 사람이 우려와 기대를 보내주셨다. 나 역시 처음에는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였다. 스스로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민석이 형이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고,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격려로 자신감을 심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민석이 형이 스크림에서 내가 편하게 게임하고, 압박을 받지 않게끔 환경을 조성해줬다. 자신의 플레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스크림이 끝나면 내 옆에 와서 ‘사이드를 돌 때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조언을 해줬다. 멘토처럼 나를 잘 챙겨줬다”고 덧붙였다.
최우제, 류민석, T1은 올해 이루지 못했던, 한 끗이 부족해서 놓쳤던 목표들을 스쿼드 변화 없이 다시 노린다. 최우제는 “나의 마음은 작년 이맘때와 같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고, 올해 이뤘던 것들을 내년에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그렇다면 올해와 마찬가지로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달려보겠다”는 각오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광명=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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